필리핀 선거가 9일 시작됐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비롯해 상원의원 13명, 하원의원 300명, 지방 정부 공직자 1만8000명을 선출하는 선거다.
이번 대통령 당선 유력인사는 1986년 국민들의 민주화운동(피플스파워)에 쫓겨난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페르디난드 “봉봉” 로무알데스 마르코스 주니어(이하 마르코스 주니어)다.
또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현 대통령의 장녀인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이 마르코스 주니어와 러닝메이트를 이루고 부통령 후보에 나서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가장 최근 실시된 대선 후보 여론조사(2400명 대상, 4월 16~21일)에서 마르코스 주니어는 56% 지지율을 기록하며 레니 로브레도(지지율 23%) 현 부통령을 20%p 이상 앞섰다. 사라 두테르테 역시 55%의 지지율로 18%인 빈센트 소트 상원의장을 37%p 격차로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변이 없다면 이번 선거의 승기는 전·현직 스토롱맨 자녀들이 잡는다. 이들이 당선되면 정부의 대외 정책 및 '반독재'를 외치는 세력의 반발이 예상됨에 따라 국제사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권유린과 부정부패로 악명을 떨친 마르코스 전 대통령과 ‘사치의 여왕’으로 통한 이멜다의 부정축재는 100억달러(약 12조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의 통치는 1986년 수백만명이 참여한 피플파워 봉기를 계기로 막을 내렸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3년 뒤 망명지인 하와이에서 숨졌다.
두테르테 현 대통령은 집권 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 필리핀 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범죄를 소탕하겠다고 공언해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역시 정식 재판도 없이 수많은 이들을 사살하고 반대자를 탄압하는 등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를 보여 진보적 시민사회로부터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필리핀의 고질병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1946년 독립 후에도 악습을 청산하지 못하고 일부 재벌과 그 후손이 정치적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실제로 지방 관료의 약 80%, 국회의원의 약 67%가 대대로 권력을 잡아왔다고 FT는 설명했다.
이번 선거 유권자는 약 6500만명으로 투표율은 8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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