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수신잔액이 700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증시 부진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올리면서 일주일 만에 3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수신잔액은 증가하고 있지만 대출 관망세가 지속하는 등 가계대출은 되려 감소하고 있어 은행들 고심이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6일 기준 예·적금 수신 잔액은 700조29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기준 660조6399억원이던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일주일 새 무려 3조536억원이나 증가했다. 이 기간 정기적금도 36조3355억원으로 3764억원 늘었다.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에 대한 공포로 뉴욕 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 올해 초 3000선을 상회하던 코스피 지수는 2600선까지 떨어지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도 세계 주식시장 약세에 동반 하락을 계속하며 지난해 최고점 대비 50% 가까이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전체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한 달간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0조75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조1494억원)보다 33.4%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식시장이 흔들렸던 2020년 같은 기간(10조6555억원)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라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18일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수신금리를 최대 0.4%포인트(P) 인상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 등도 인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다만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되려 감소 중이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3917억원으로 3월 말(703조1937억원)보다 802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은 올해 1월(-1조3634억원)부터 2월(-1조8522억원)과 3월(-2조7436억원)에 이어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은행들은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추가 금리인상 우려와 세계 경기 불확실성으로 대출 관망세가 여전해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지만, 연일 치솟은 대출 상환 부담으로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상 등으로 주식은 물론 비트코인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고 대형 기업공개(IP0)가 없어 자금이 안전한 투자처인 은행으로 몰리는 것”이라면서 “다만 이와는 반대로 가계대출의 경우 대출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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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