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추진하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 예산이 5832억원보다 2000억원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총 3000억원대 후반 규모로 예산을 책정한 예타 심의안을 최근 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업계는 SMR 신규 노형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예산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프랑스·영국 등 주요국이 1조원 넘는 금액을 SMR 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비교해 기술개발 경쟁에서 뒤처질까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세부 내용으로도 언급된 독자 SMR 노형 개발이 시작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다.
에너지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KISTEP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i-SMR 기술개발사업' 예타 심의안을 과기정통부와 산업부에 최근 통보했다. KISTEP은 심의안에서 예타 제출 예산 5832억원과 비교해 약 2000억원 수준 삭감된 3000억원대 후반 규모 예산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MR는 출력 300㎿ 이하 소형 원자로로,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이 우수하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원전 시장을 이끌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전 확대 정책을 공언한 윤석열 정부도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탈원전 정책 폐기,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의 세부 내용으로 독자 SMR 노형개발 등 차세대 원전기술 확보를 제시한 바 있다.
과기부와 산업부는 우리나라의 차세대 SMR 기술개발을 위해 'i-SMR 기술개발사업'을 기획하고 지난해 9월 예타를 신청했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 수출용 SMR 핵심 기술 개발이 목표다. 일체형 소형 원전 'SMART'의 원천 기술을 활용하면서 안전·경제·유연성을 갖춘 차세대 SMR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원전 확대 정책을 공언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특히 주목받았다.
하지만 예타 심의안 예산이 3000억원 후반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과기정통부와 산업부는 고민이 커지고 있다. 두 부처는 아직 최종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고 점검회의도 남은 만큼 예산 필요성을 피력할 계획이다. 새로 출범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예산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원전업계는 통상적인 절차로는 예타안을 조정하는 것이 힘들다고 분석했다. 원전업계 한 전문가는 “추후 AHP 평가 등 절차가 남아있고 몇십억원 수준은 조정할 수 있지만 큰 변화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업계는 현행 예산으로는 SMR 신규 노형 설계 기술에 투자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서는 SMR 기술 개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SMR 기술을 개발하는 주요국은 대부분 1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DOE와 누스케일(NuScale) 등 민·관 협력 컨소시엄은 SMR 개발에 7년간 32억달러(약 3조8100억원), 러시아 로스아톰 주도의 컨소시엄은 SMR와 차세대 원자로에 1200억루블(약 1조8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프랑스 EDF는 2030년까지 SMR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10억유로(약 1조35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원전 전문가는 “예타안대로 진행된다면 제조 기술은 산업부에서 병행 프로젝트로 지원하는 등 보완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혁신형 i-SMR' 사업 예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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