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는 마세라티 최초의 하이브리드 SUV다. 고속도로 주행에서 최대 12㎞/ℓ 연비를 보여줬다. 가격도 기존 르반떼보다 낮아 경쟁력을 갖췄다. 평소에는 안락한 주행이 가능한 데 필요에 따라 강력한 동력 성능을 뽑아내는 것도 가능한 다재다능한 SUV다.
마세라티는 스텔란티스 그룹 산하에 있는 이탈리아 고급차 브랜드다. 경쟁사 대비 비교적 빠른 2019년 전동화 선언을 했다. 2025년까지 모든 모델에 걸쳐 전기차를 선보이고 2030년 100% 전기차만 생산·판매한다는 목표다. 전기차에 앞서 르반떼와 준대형 세단 '기블리'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은 것이다. 두 하이브리드 모델은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출시 이후 작년 르반떼와 기블리 모델이 전년 대비 45% 늘면서 마세라티 총 판매대수는 2만4269대를 기록, 2020년보다 41% 성장했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는 4기통 2.0ℓ 엔진과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전면에 엔진이, 후면에는 배터리가 탑재되면서 무게 배분도 적절이 이뤄졌다. 기존 6기통 엔진보다 4기통 엔진이 가벼워 총 적재 무게는 늘지 않았다. 최고 출력은 330마력이며 2250rpm에서 발현되는 최대토크는 45.9㎏.m이다. 최고속도는 245㎞/h이고 제로백(0~100㎞/h)은 6초다. 공인연비 기준으로 350마력의 V6 엔진 대비 연비를 18% 이상 절약하면서 우수한 성능을 뽑아냈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일반 하이브리드차는 저속 주행이나 정속 주행 시 모터가 엔진을 대신해 구동되지만,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주행에 필요한 동력은 엔진이 담당한다. 대신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냉각수 순환장치, 에어컨 컴프레서 등에 필요 전력을 공급해 엔진의 효율을 높인다. 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 WLTP 사이클에서 CO2 배출량을 220-243g/㎞까지 줄였다.
실제 주행에서는 연비가 확연히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인 복합연비는 7.9㎞/ℓ인데 도심에서는 6~8㎞/ℓ대를 기록했고 고속도로에서는 10㎞/ℓ 이상을 무난히 뽑아냈다. 최대 12㎞/ℓ까지 나왔다. 일반 하이브리드차처럼 도심에서의 연비가 큰 폭으로 향상되진 않았지만 고속도로에서는 확연히 개선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자율주행 기능도 완성도가 만족스럽다. 고급차라는 점에서 급작스럽게 끼어드는 차량이 적은데 간혹 있는 차량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응한다. 전방 레이더 센서, 카메라 센서 기반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은 앞차와의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주행한다. 차로 유지 어시스트(LKA)도 전방 카메라로 차로를 감지해 작동한다. 야간에 비가 오자 기능이 풀렸지만 이외의 상황에서는 활성화 상태를 유지했다.
능동형 사각지대 어시스트(ABSA)도 돋보였다. 2개의 레이더 센서를 기반으로 사각지대를 모니터링해 차로 변경 시 충돌사고를 방지한다. LED와 청각적인 경고를 전달할뿐 아니라 스티어링 토크에 개입한다. 측면 후행차량과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입을 시도하자 스티어링이 반대방향으로 전개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쾌한 주행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패들 시프트 레버도 스티어링 좌우에 장착돼 있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는 ZF 8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주행모드는 에코 모드에 해당하는 'I.C.E'와 '노말' '스포츠' 세 가지다. I.C.E 모드에서는 2000rpm 아래를 유지해 연비를 높이고 정숙성을 유지했다. 엔진 출력이 좋은 만큼 가속성능도 탁월했다.
외관은 기존 르반떼와 크게 다르지 않다. GT배지는 3개 사이드 벤트 위에 위치하며, 사이드 벤트에는 'ㄴ' 형태로 파란색 테두리가 입혀져 있다. 마세라티는 이외에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를 위한 외장 색상도 추가 옵션으로 뒀다. '아주로 아스트로'라 불리는 신규 메탈릭 트라이코트 블루다.
안락한 승차감을 완성하는 건 에어 서스펜션 시스템다. 마세라티는 기존 르반떼와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에어 서스펜션 시스템을 기본 적용했다. 방지턱이 많은 국내 주행 환경에서는 해당 시스템 유무가 적잖은 차이를 만들어낸다. 주행모드에 따라 차고는 다르게 설정되며, 주행속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사용자가 직접 센터 콘솔에 있는 조작 버튼으로 차고를 조절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투박한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됐으나 이용하는 데 불만은 없었다. 마세라티는 해상도와 그래픽을 개선한 8.4인치 크기의 중앙 스크린을 적용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도 무선으로 지원하고 있어 유선 케이블로 스마트폰을 자동차와 연결할 필요도 없었다.
사운드 시스템도 우수하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는 8개의 스피커, 180W 오디오 시스템이 기본 스펙이다. 하만카돈 프리미엄과 바우어스 & 윌킨스 프리미엄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옵션이다. 가격은 1억1800만원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