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베를린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인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다. 일본 총리가 이를 직접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달 28일 일본을 방문한 숄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위안부상이 계속 설치돼있는 것은 유감이다. 일본의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라며 철거를 위한 협력을 구했다.
그러나 일본 산케이신문은 관련 사실을 보도하며 “숄츠 총리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소녀상 철거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녀상은 미테구청이 관할하고 있어 독일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작아보인다는 지적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MBC 예능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2015년 9월 12일 방송)’ 방송화면을 공유하며 “가해 역사가 전 세계에 알려지는 게 무척 두려운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20년 9월 재독 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 주관으로 베를린시 미테구 모아비트지역 비르켄가에 설치됐다. 1년 기한이다.
베를린 소녀상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고, 이런 전쟁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짧은 설명이 담겨있다.
설치 당시 일본 정부가 집요하게 항의해 미테구청이 2주만에 철거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코리아협의회 및 독일 시위사회가 반발하자 미테구청은 철거 명령을 보류하고 특별허가를 통해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용인했다. 지난해 9월 미테구청은 구청 도시공간 예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올해 9월 28일까지 설치기간을 1년 연장했다.
총리까지 나서며 가해 역사 지우기에 나서는 모습에 서 교수는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파친코’를 언급했다. 파친코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가 서비스하는 8부작 드라마로 쌀 수탈,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관동대지진 학살 등 일제강점기 시대 이민자의 삶을 그린다.
서 교수는 “일본의 ‘가해역사’가 드라마(파친코)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 일본 사회는 긴장을 많이 했다”며 “일본의 일부 누리꾼들은 ‘한국이 새로운 반일드라마를 세계에 전송했다’는 등 비난을 내뱉고, 일본 내 주요 매체들은 드라마 자체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영화 ‘군함도’와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하시마섬의 비밀’편을 언급한 서 교수는 “일본의 지속적인 역사왜곡을 막아내기 위해선 ‘문화 콘텐츠’를 통한 전 세계 홍보가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쪼록 ‘한국의 콘텐츠’가 전 세계인들에게 각광받는 요즘, ‘때’는 왔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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