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배민 CPC' 논란 해법

[ET톡]'배민 CPC' 논란 해법

“본인 가게를 고객에게 더 많이 노출해서 더 많은 주문을 기대하는 업주가 자발적으로 이용하는 부가상품입니다.”

클릭당광고(CPC) 서비스 '우리가게클릭' 논란에 대한 배달의민족의 입장이다. 배민이 새로 출시한 '우리가게클릭'은 설정한 금액에 따라 노출 비율이 달라진다. 클릭당 200원이 광고비로 빠져나가도록 설정하는 가게보다 300원으로 설정하는 가게의 노출 빈도가 더 높다. 우리 가게가 다른 가게에 비해 하단에 노출돼 매출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업주는 CPC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자발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매출 감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이용해 광고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확한 기대효과를 제시해야 한다. 세일즈의 기본은 상품 사용 가치를 고객에 어필하는 것이다. 배민이 업주를 진정한 고객으로 생각한다면 우리가게클릭을 도입함으로써 지출 대비 수익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에 대한 통계적 전망과 분석을 제공해야 한다.

약 3주간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다는 점은 배민이 수요 친화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다. 데이터가 쌓였으니 시범 서비스 기간 해당 상품에 가입했던 업체 데이터를 분석해서 실제 클릭이 매출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음식 카테고리별·시간대별·지역별 광고비 지출 대비 매출 추이 등 세부 분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배민이 업종별 수익 예상률을 공개한다면 업주는 확신해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매출과 예상 매출 등을 고려해 계획적으로 배민 안에서 사업 전략을 꾸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업주가 시장 원리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아야 하고, 이를 위해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한다. 다만 투자 대비 판매 신장률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면 선뜻 추가 지출을 결정하지 못한다. 배민 입장에서도 가격 차등화의 합리적 근거를 통해 추가 서비스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배민 애플리케이션(앱)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는 매출이 떨어질 줄 알면서도 배민 탈퇴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나 금융권 배달앱 땡겨요로 이동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는 광고 상품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행위 신고 접수까지 했다. 이는 배민과 업주 모두에 '루즈-루즈 게임'이다.

플랫폼 기술이 진보한 만큼 플랫폼 내부 생태계도 선진화해야 한다. 시스템에 대한 합리성을 보장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선진화의 첫걸음이자 윈윈의 전제 조건이다. 예측할 수 있는 미래 전망을 기반으로 업주가 상품을 구매할 때 우리는 이를 진정한 '자발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