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관련 대·중소기업 상생합의문 초안에 대리기사 수수료의 과도한 인하 금지와 추가 인수합병(M&A) 금지 조항이 담겼다. 특정기업 대리기사 쏠림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선발·후발주자 간 경쟁 활성화를 저해하고 기존 업체의 퇴로를 차단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동반위는 최근 논의 중인 상생합의문 초안에 △기사 대상 완료콜의 과도한 수수료 인하 금지 △관제시스템 업체를 포함한 유선업체 제휴 및 인수·합병 금지 등 문구를 새롭게 추가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동반위는 지난해 5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로부터 대리운전업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을 받았다. 대기업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와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상생 합의안을 만들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동반위는 당초 안에 담긴 '유선콜 수 확장 자제' '프로모션 범위는 협의체를 통해 결정' 등 내용을 강화했다. 중소 대리운전 업체를 대표해 조정협의체에 참여하는 전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수수료 인하가 이뤄지면 대기업과 경쟁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리기사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반면에 '과도한'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수수료가 현행 20%로 동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가 도입을 검토한 '변동 수수료제'도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최대 20%, 최저 0%로 적용하기에 '과도한'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리기사가 참석하지 않는 조정협의체에서 수수료 인하를 논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별도 테이블을 구성해 대기업, 중소업체, 대리기사 단체가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리기사 단체는 참석 대상이 아니라 조정협의체에 직접적 의견을 내지 못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특정 업체가 대리기사 확보를 위해 비정상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대리기사에게 피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면 중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추가 업무제휴와 M&A를 금지하는 조항이 초안에 담겼다. 금지 대상은 콜을 접수하는 중소업체와 중개 프로그램사다. 이에 일부 업체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16년 시장에 진출, 시장 1위 사업자로 성장했지만 아직 대리운전 시장의 대기업 점유율은 35% 이하로 추산돼 중소업체 비중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대기업 점유율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중소업체 중 사업을 매각하려는 업체도 여럿이다. M&A 금지 조항이 합의안에 담긴다면 퇴로가 차단될 우려가 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