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경영정상화를 위해 새로운 인수자와 적극 협력하겠다.”
KG컨소시엄이 우선 인수예정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 오후 쌍용차 직원들은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3월 한차례 매각이 무산된 후 진행된 사전 입찰이 빠른 속도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한상국 쌍용차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인수예정자 선정에 있어 자금력을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관리인에게 요청했었다”면서 “운영자금, 신규투자도 필요한 상황인데 KG컨소시엄이 선정돼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날 쌍용차와 매각주간사인 EY한영 회계법인은 KG컨소시엄을 인수합병(M&A) 공고 전 인수예정자로 선정했다.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에 속한 KG그룹(KG케미칼·KG스틸·KG ETS)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올라선 것이다.
KG그룹은 캑터스 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한데 이어 제안서 접수를 앞두고 경쟁자였던 파빌리온PE와도 손잡았다. KG컨소시엄은 인수대금으로 약 9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KG그룹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KG케미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3600억원에 이른다. KG ETS도 환경에너지 및 신소재사업부문 매각으로 485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여기에 캑터스PE, 파빌리온PE까지 가세해 현실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매각 작업의 변수였던 쌍용차 상장 유지 여부도 개선기간 연장으로 결론이 났다. 한국거래소는 같은 날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오는 12월 31일까지 쌍용차에 개선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쌍용차는 2020사업연도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작년 4월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상장폐지시 잠재적 인수자 이탈 우려가 있었지만 한숨 돌리게 됐다. 쌍용차는 이르면 이번주 KG 컨소시엄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한다. 본입찰 공고는 이달 말 낼 예정이다.
공개입찰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는 스토킹호스 방식이어서 본입찰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인수자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 본입찰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나타나도 KG 컨소시엄이 이를 수용하면 최종 인수자가 된다. 우선 인수예정자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KG그룹은 쌍용차 최종 인수 시 경영정상화를 통해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매각 작업이 한 걸음 나아갔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KG 컨소시엄과 경쟁한 쌍방울그룹 중심의 광림 컨소시엄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하면서다. 쌍방울그룹은 KG그룹과 파빌리온PE 협력을 두고 “입찰 무효 사유가 될 수 있어 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자금조달 실패로 계약이 해지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도 이에 불복, 효력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시한인 오는 10월 중순까지 매각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한 수석부위원장은 “노조는 최종 선정될 쌍용차 인수자와 경영정상화를 위해 적극 협력할 방침”이라며 “가처분 신청 등에 대한 법원의 결론도 하루 빨리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