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올해 안에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또는 폐지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17일 '시행 100일 중대재해처벌법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제21회 산업발전포럼을 온라인으로 열고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KIAF는 이달 6∼13일 회원사 등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재해 발생과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총 295개 업체가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과 폐지 필요성을 묻는 항목에서 71.5%는 올해 내에 필요하다고 답했다. 25.1%는 2023년 이후 법 시행 결과를 살펴본 후 개정·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44.1%가 처벌과 사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고의·과실 여부에 따른 면책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30.8%, 법령 세부 규정을 산업 업종 및 업체 규모에 따라 차등·세분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24.1%를 차지했다.
응답 기업의 49.2%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회사의 산업안전 활동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8.5%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답했다. 산업재해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47.8%가 근로자 안전 의식 부족, 29.8%가 촉박한 작업 공기, 18%가 안전시설 부족, 13.6%가 안전 인력 부족을 꼽았다.
정만기 KIAF 회장은 “기업 현장의 안전 확보에 큰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고용이나 사업 축소 등 부작용만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현장 안전사고를 줄이기는커녕 사고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입법 동기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거칠고, 조급하게 입법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이 위헌의 의심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