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수 추계 오류에 대해 사과했다.
추 부총리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53조3000억원의 초과세수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날 기재위원들의 질의는 대부분 대규모 초과세수에 맞춰졌다. 정부는 추경 편성을 통해 53조3000억원의 초과세수를 반영한 세입경정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세입 예산은 396조6000억원으로 4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초과세수 중 지방 교부금과 국채 상환을 제외하고 21조3000억원을 일반지출에 사용할 계획이다.
야당에서는 초과 세수와 관련해 기재부의 의도를 의심했다. 또 여당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재정 당국의 기본 자격도 없다”며 “해체하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기재부에 “국가재정으로 분식회계를 밥 먹듯이 한다”는 원색적 비난도 덧붙였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재정 쿠데타'라고 비판했으며 김주영 의원은 “세제실이 무능하거나 전망치를 의도적으로 감춘 것”이라고 질타했다.
기재부 출신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세수 추계 모형을 새로 만들었지만 (오차가) 나온다는 건 미흡한 점이 많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배준영 의원도 “초과 세수가 정확한가라는 우려가 있다”며 “시스템을 잘 만들어 국민이 불안해하거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초과 세수 규모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 추계에 실패한 점을 사과했다.
그는 세수 오차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냐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부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올해 2월 세수 추계 개선방안을 마련했고 그 이후 세수 상황이 달라져 그 내용을 빨리 보고드린 것”이라며 “1차 추경 당시에는 그해 세수 추계를 새로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초과 세수가 53조3000억원보다 적게 들어오는 경우 국채 상환 계획을 바꾼다는 방침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재부 추계보다 5조원 가량 적은 48조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가 이번 추경을 준비하면서 호남 예산만 깎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특정 지역의 사업이 조정된 게 아니고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특정 지역 예산이 많이 깎였다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한국판 뉴딜 예산 33조원 중 지출 구조조정된 예산은 1조10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추경을 증액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는 반대한다고 발언했다. 앞서 민주당은 정부안보다 추경 규모를 10조8000억원 증액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관련해 피해를 보전하고 보상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담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차 추경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하거나 대외 변수로 인한 대량 실업이 발생하지 않는 한 추경을 할 생각이 없다”며 “국가재정법상의 추경 요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추경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야당 "기재부 해체"·"재정 쿠데타" 등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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