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의 1분기 물류비가 지난해 대비 50% 가까이 급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가전 수요 둔화 움직임도 함께 나타나면서 수익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최근 공시한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분기의 물류비(운반비)는 각각 8576억원, 1조83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삼성전자는 40.9%, LG전자는 47.8% 각각 늘었다. 큰 폭의 물류비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상하이 봉쇄 등으로 주요 거점이 막히면서 물류 대란이 발생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국제 원유가격까지 치솟으면서 물류비용 부담을 가중시켰다. 올해 1월 초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109.6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양사 물류비 부담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물류비용으로 삼성전자는 2조7927억원, LG전자는 3조2020억원을 지출했다. 각각 전년 대비 25.8%, 62.2% 늘어난 수치다. 두 회사는 올해들어서도 이미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 물류비용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출했다. 양사의 1분기 물류비는 코로나19 유행이 막 시작된 2020년 1분기와 비교해 각각 89.7%, 155.6% 증가했다.
물류비에 이어 지속된 원자재 가격 상승도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올해 1분기 원자재 매입비용은 삼성전자가 28조662억원, LG전자가 12조36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3%, 15.4% 증가한 규모다. 삼성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으로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매입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 줄었지만 모바일AP(41%), 연성인쇄회로기판(19%), 카메라 모듈(8%), 반도체 와퍼(4%) 등 대부분의 원자재 매입비용이 늘어났다. LG전자 역시 LCD 패널(-15.6%)을 제외한 구리(36.4%), TV·AV 부품용 칩(27.3%), 차량용 LCD패널(24.3%), 강철(20.4%) 등 전 영역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매입비용이 크게 뛰었다. 수익도 추락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X부문 영업이익은 4조5554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5095억원) 대비 17.3% 하락했다. LG전자 역시 가전, TV 등 사업부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반 토막 났다.
또 다른 우려는 주력 제품의 수요 둔화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급증한 가전 수요는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 LG전자 냉장고·세탁기·에어컨 생산 실적은 1078만대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00만대 줄었다. TV 역시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100만대 줄어든 601만대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TV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늘었지만 성장률은 지난해(21.1%)의 절반에 머물렀다. 지난 2년 동안 가전 교체가 상당수 이뤄진 데다 금리 인상, 물가상승 등이 소비심리를 낮추면서 수요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거시경제, 지정학적 이슈 등 통제가 불가능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상대적으로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제품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 매출과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지역에서는 여전히 가전 수요가 강하지만, 국내를 포함해 다양한 지역에서 성장률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금리, 물가 등 기업이 제어하기 어려운 요소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상황에서 판매단가가 높은 제품 판매에 집중해 수요 둔화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