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암 진단한다...IBS, 현장진단 가능한 바이오센서 개발

연구팀이 바이오센서 제작을 위해 활용한 나노구조 및 나노다공성 금 표면 생성 메커니즘
연구팀이 바이오센서 제작을 위해 활용한 나노구조 및 나노다공성 금 표면 생성 메커니즘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조윤경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리더(UNIST 바이오메디컬 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혈액·소변을 이용해 암과 같은 질병을 현장에서 바로 진단할 수 있는 다공성 금 나노 전극 기반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바이오센서로 전립선암 진단에 성공했다. 앞으로 병원체 및 기타 질병 진단 분야에서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소변·혈액 생체시료에는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바이오마커가 포함돼 이를 분석하면 질병 여부를 알 수 있다.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질병 관련 바이오마커를 분리·정제해야 하나, 현재는 대형 의료시설이나 실험실에서 샘플을 분석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대유행 시기에는 수많은 샘플을 동시에 분석해야 해 의료 시스템이 포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현장 진단기기는 간단하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고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만, 암이나 감염성 질환을 진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암이나 감염성 질환 관련 바이오마커는 혈액 등 생체시료에 매우 소량만 존재해 극도로 민감한 탐지 기술이 필수다.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 전극 표면적을 늘리면 전극에 단백질이 흡착되는 문제가 있다.

연구진은 민감도와 정확도가 높은 바이오센서 제작을 위해 다공성 금 나노 전극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엑소좀(세포가 분비하는 세포 간 신호전달 물질)과 같은 바이오마커를 분리 정제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생체시료로 현장에서 전립선 암 진단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다공성 금 나노 전극은 '미셀'이 있는 염화나트륨 용액에 평평한 금 표면을 넣고 전기를 반복 가해 구현했다. 미셀은 민들레 씨 같은 구 형태로 머리는 물과 친하고 꼬리는 기름과 친한 막대 모양 계면활성제 집합체다. 전기 펄스에 의한 전기화학적 산화환원 반응으로 평평한 금 전극 표면에서 금을 에칭(부식)하고, 재흡착시킴으로써 나노구조를 성장시켜 나노미터(㎚) 크기 구멍을 형성하는 반응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미셀은 에칭돼 떨어져 나온 금 입자가 용액 속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고, 또다시 금 전극 표면에 흡착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방법으로 넓은 표면적을 만들어내 센서 민감도를 높이는 한편, ㎚ 크기 구멍을 형성해 샘플 오염을 방지했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소변과 혈장에서 암세포 유래 엑소좀에 붙어있는 단백질을 검출, 전립선암 환자 그룹과 건강한 기증자 그룹을 구별했다.

조윤경 그룹리더는 “이번 기술은 현장 진단기기 미래 기술 개발에 핵심 발판을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 다공성 금 나노 구조의 잠재력을 활용해 혈액·타액 샘플을 분석하는 진단 칩 개발 등으로 연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지난 17일 온라인 게재됐다.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