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발전 손실액이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재생에너지에 치중한 탄소중립 대응 정책으로 인해 한국전력공사 부채가 급증했고, 탄소중립에 대응한 에너지 정책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새 정부에서는 원전 이용률을 90%까지 상향하고 원가주의 요금원칙 등을 도입하는 등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진단이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산업연구회가 18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개최한 '새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과 과제:시장, 요금 그리고 공급안보'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윤석열 정부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을 설계했다.
박 교수는 이날 주제 발표에서 서울대 연구결과를 인용,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발전 손실액은 약 10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2016년 원전 전력공급 비중 29.7%, 이용률 약 80%를 기준으로 5년간 유지한 원전 손실량을 LNG 발전으로 대체해 산정한 후, 원전 가동 추가 비용은 핵 연료비만 반영해 정산한 결과다. 또 한전이 부담하는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RPS) 이행 정산금은 2017년에서 지난해까지 약 11조원 수준으로 부담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한전 부채는 2017년 109조원에서 지난해 146조원까지 확대되는 데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이 같은 분석결과가 약간 과대평가된 면이 있다면서도 “탈원전이 한 이유가 돼서 한전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부채 규모는 올해 말 즈음 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이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평가했고, 결론적으로 실패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 새 정부에서 에너지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시장기반 수요 효율화 △신성장 동력으로서 에너지산업 육성 △튼튼한 자원안보 △따뜻한 에너지전환 등을 5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특히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원전 이용률을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 이용률을 90%까지 상향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축소하면 전기요금 인상 억제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원전 이용률을 90%까지 상향하면 2030년 전기요금이 기존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비해 17.3%, 2034년에는 23.5%까지 절감할 수 있다.
또 시장원칙에 기반한 에너지 시장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전력시장과 전기요금에 대한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가주의에 입각한 전기요금 결정 원칙과 전력구매계약(PPA)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불가결하다”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RE100 기업이 많아지고 PPA 비중이 높아지면서 한전이 아닌 PPA로 전력을 조달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장구조가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외에 원자력 등 에너지 협력 외교 강화, 새 자원안보체계 구축,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방안 확충 등도 제시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전력산업연구회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과 과제'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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