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였다. 자유로운 복제와 수정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고 부르진 않았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동의어였다. 리처드 스톨먼은 1971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공동체의 일원이 됐다. 스톨먼은 “당시는 특정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를 자유롭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든지 열려 있던, 공유 정신이 충만한 시절”이라고 표현했다.
1980년대 초부터 개인용컴퓨터(PC) 시대가 도래하며 소프트웨어 시장을 독점하려는 경쟁이 거세졌다. 스톨먼은 독점 소프트웨어 체제에 들어가지 않고 1970년대에 누린 공동체를 다시 복원하기로 마음먹는다. 1985년 그는 자유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을 설립했다. FSF는 오픈소스 탄생의 초석이 됐다. 1991년 8월 핀란드 헬싱키대 재학생 리누스 토르발스가 'comp.os.minix' 구성원과 만든 운용체계(OS) '리눅스' 0.02버전이 공개되며 오픈소스 시대의 막이 올랐다. 리눅스는 인터넷 확산에 힘입어 전 세계 개발자들의 손을 거쳐 유닉스 호환 OS로 발전하게 됐다.
리눅스가 탄생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리눅스 기반 소프트웨어 점유율은 나날이 높아 가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시스템이 자체 데이터센터와 서버에서 클라우드로 옮겨 가며 이 같은 현상은 가속되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의 90% 이상이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다. '리눅스는 암덩이'라고 한 마이크로소프트(MS)도 리눅스를 지원한다. 아니, 사랑한다.
레드햇의 2022 엔터프라이즈 오픈소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벤더를 선택할 때 오픈소스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기업을 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에릭 레이먼드의 '성당과 시장'에 등장하는 “보고 있는 눈이 아주 많으면 찾지 못할 버그는 없다”는 표현처럼 수많은 개발자가 참여해서 개발 효율성 및 기술 진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오픈소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오픈소스에 관심을 두게 했다. 많은 기업, 단체가 개발의 효율성이나 제품 품질을 위해 오픈소스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오픈소스의 정보 공유와 사용의 자유라는 측면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공유를 통한 공존보다는 오픈소스 결과물을 취하려고만 하는 '무임승차' 시도도 잦다. 오픈소스가 확산되는 만큼 오픈소스가 지닌 가치도 되새기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어떤 물줄기에서 흘러왔는지 생각해 봄 직하다. 오픈소스는 독점적인 소프트웨어에 대안을 찾다 시작됐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새로운 정보 생산과 유통의 흐름을 만들길 바란다.
권혜미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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