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 2박3일간 한국 방문을 마치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도 만남을 가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전화통화로 만남 불발의 아쉬움을 달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한에서 한국과 미국간 산업협력에 방점을 뒀다. 20일 오산미군기지로 입국하자마자 삼성반도체 평택캠퍼스로 달려온 것도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측에 요청한 사항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 이 부회장과 함께 공장 시설을 둘러본 뒤 한미 양국 정부·기업 간 반도체 협력을 강조했다. 반도체를 “양국이 함께 만들어 갈 협력과 혁신의 미래를 상징한다”고 정의했고, 삼성반도체 평택캠퍼스에 대해선 “한미 양국이 국제경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고 평가했다. 설계는 미국, 생산·공급은 한국이라는 양국 정부의 '반도체 협력'을 통해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튿날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홀로 찾아 현충탑을 참배했다. 70여년전 한반도 평화를 위해 피를 나눈 양국의 전통적 군사안보동맹을 상징하는 모습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명록에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영웅들에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유산은 그들이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준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에 계속해서 남아있을 것이다. 그들의 용맹이 잊히지 않기를”이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에선 반도체와 배터리, 원자력, 우주개발, 사이버, 방산 등 전략산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국제질서 변화에 따른 시장 충격, 즉 공급망 리스크를 함께 극복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과 백악관 간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고 우리 산업부 장관과 미국 상무부 장관간 핫라인도 구축했다.
윤 대통령이 주재한 공식만찬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류진 풍산 회장 등 기업인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을 만나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를 독려하고 양국 기업 간 협력 증진을 독려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출국날까지 산업행보를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중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기로 하고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6조3000억원 투자를 밝힌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비공개 단독 면담을 갖기도 했다. 조지아주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접전이 예상되는 곳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과도 통화하며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한에서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일정 등을 이유로 문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대신 10분간 통화했다. 문 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철조망을 녹여 만든 '십자가'를 바이든 대통령에 선물했다. 외교부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 선물에 사의를 표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