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10분 거리에 살던 약혼녀와 생이별하게 된 우크라이나 남성이 무려 3700km를 빙 돌아 상봉했다.
영국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10km 거리에 사는 약혼녀를 만나려고 4개국을 지나간 우크라이나 남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프로 포커 선수인 세르히 베랴예프(32)는 전쟁 전에는 하르키우 외곽 집에서 나와 고속도로를 타면 금세 약혼녀와 부모가 사는 하르키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 하르키우를 점령하면서 길이 끊겼다. 그는 약혼녀를 만나기 위해 러시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를 통과해야 했다.
그는 지난 4월 4일 오후 1시 다른 일행과 함께 차량 4대로 구성된 호송대에 합류하며 긴 여정을 시작했다.
70km를 달려 러시아로 넘어간 그는 검문소가 많은 험난한 구간으로 진입했다. 군인들은 그들을 지역 관공서로 데려가서 심문했고, 일행 한 명이 의심을 받으며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군은 속옷을 벗겨서 우크라이나 군 관련 문신이 있는지 찾기도 했다.
그들은 베랴예프의 휴대전화도 뒤졌지만 전쟁 초반 참전한 친구들에게 러시아군 위치를 보냈던 기록은 모두 삭제해둔 덕분에 무사히 지나갔다.
운 좋게 풀려났지만 이들 일행은 데이터도 이용할 수 없고 도로 표지판도 없는 곳에서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 없이 달려야 했다. 망가져서 차로 하나만 불안하게 남은 다리를 지나기도 했다. 20m 아래는 강이었다.
일행은 슈퍼마켓 밖에 주차하고 2시간 쪽잠을 자거나, 16시간 걸려서 국경을 넘기도 했다. 리투아니아 맥도날드 매장에선 와이파이를 처음 사용해 봤다.
그렇게 해서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한 뒤엔 일행들을 내려주고 일주일간 머물렀다. 코로나19로 몸이 좋지 않았지만 약혼녀를 만나겠다는 의지는 굳건했다.
14일 오후 인도주의 차량 행렬을 따라 다시 길을 떠났고, 르비우를 거쳐 18일엔 키이우를 출발했다. 마지막으로 하르키우에서 약혼녀 집을 50m 앞두고 또 검문을 받긴 했지만 그는 결국 연인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