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풍토병으로 알려졌던 원숭이두창(monkeypox)의 감염 사례가 최근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서 보고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처음으로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보고됐던 이스라엘에서 감염 의심 환자가 추가로 나왔다고 와이넷(Ynet) 등 현지 언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심 환자는 서유럽을 방문하고 입국한 20대 화물선 선원이다.
같은 날 오스트리아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원숭이두창 의심 증상을 보이던 30대 남성이 수도 빈의 한 병원에 격리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영국 내 20건을 포함해 미국, 스페인, 호주 등 12개 나라에서 92건의 감염사례와 28건의 감염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위스, 이스라엘 등에서 추가 확진 사례를 발표하면서 16개 국가, 190건으로 추정된다고 23일 미국 ABC방송이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오산 미국기지에서 한국 방문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하는 길에 받은 원숭이두창 관련 질문에 “이용가능 백신을 찾는 중. 모두가 신경써야 할 사항”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원숭이두창은 1958년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천연두(두창)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이름 붙었지만 숙주 동물은 주로 설치류 같은 작은 동물이다.
이 질환에 걸리면 발열, 두통, 근육통, 임파선염, 피로감 등을 동반하고 온몸에 수포가 발생한다. 통상 2~4주 안에 회복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치사율은 변종에 따라 다르지만 1~10% 수준이다.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으로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된 뒤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지난 7일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북미에서 동시다발로 환자가 잇따르자 전 세계 의료계가 바짝 긴장했다. 미국 UCLA의 앤 리모인 교수는 네이처에 “이런 형태의 전파는 정말 놀랍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은 일반적으로 호흡기를 통해서 전파되는데, 최근 영국 등 유럽에서는 초기 감염 사례를 바탕으로 성접촉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제기했다.
예방을 위한 별도 백신은 없지만 유사한 감염병인 천연두 백신을 맞으면 85%가량 보호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보건부 최고 행정책임자인 나흐만 아쉬 박사는 또 다른 팬데믹 우려와 관련해 "이것은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다. 이러한 감염병은 때때로 확산할 때가 있다"며 "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고려하고 있지만,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접종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