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에벌루션(LTE) 시스템은 패킷 데이터 중심, 특히 스마트폰의 출현과 더불어 B2C 서비스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B2C 시장이 점차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이종산업 간 융합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의 특성을 띠는 5G 이동통신 시스템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됐다.
5G는 B2C뿐만 아니라 B2B와 B2G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비행, 스마트 제조, 스마트 홈·빌딩·시티 등 다양한 이종산업 분야와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5G가 융합된 사례를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신기술과 산업이 융합되기 위해서는 기반 기술뿐만 아니라 대상이 되는 산업 자체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자율주행차의 예를 들어 보자. 차량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의 무선 업데이트를 위한 OTA(OverTheAir) 기능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극소수 제조사의 차량에만 적용돼 있다. 각 국가 정부의 규제와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에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이동통신 기술이 이종산업과 융합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 기술의 자체 성숙도도 중요하지만 적용 대상이 되는 산업의 준비도 필수다. 물론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각 종 산업 분야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가공·배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통신망과 서비스를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히 강조돼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정부는 디지털 경제의 근간이 되는 6G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선행연구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선진국의 6G 선행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유럽 1조2000억원, 일본 6100억원, 중국 4600억원, 미국 2500억원 수준이다. 이들 국가의 투자는 대부분 2026~2028년에 종료되며, 조만간 2단계 투자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6G 연구개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5년까지 약1900억원 규모의 원천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동통신 시스템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 산업 경쟁에서 기술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6G를 선도하기 위해 산업과 시장에 일임해 왔던 체계를 정부 주도로 변경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우리도 6G 핵심 기술 개발과 글로벌 표준, 시장 및 서비스 경쟁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안에 반드시 대규모 2단계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제출한 6G 비전과 사용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5G 대비 50배 이상의 데이터 전송과 초연결성 지원, 시간·신뢰 민감성 서비스에의 적용, 3차원 공간과 전세계적 서비스 범위 확대, 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최적화하는 AI 내재화에 의한 네트워크와 서비스 지능화를 거론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 난도가 높은 6G 인프라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가 추진하는 '초격차 6G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참여사와 전문가를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연구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연구개발 과정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관리, 활용하는 체계를 갖춰 다양한 문제를 적시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차세대 통신기술 진흥과 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민간단체를 지정해서 기존과 격이 다른 성장형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6G 융합은 5G 융합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6G 기술로 디지털 경제의 꽃을 피우려면 5G와 이종산업 간 융합을 촉진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이런 경험과 노하우는 6G와 이종산업 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통신 산업은 R&D 집약적 지식 산업으로서 기술과 표준화, 산업과 생태계, 서비스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가 만든 성과를 축적하는 체계를 구축해서 신속하면서도 내실있게 착실히 준비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장경희 인하대 교수·5G포럼 집행위원장 khchang@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