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영상 올렸다가 뭇매 맞은 1100만 파키스탄 틱톡커

산불을 배경으로 영상을 촬영한 틱톡커 돌리. 사진=트위터
산불을 배경으로 영상을 촬영한 틱톡커 돌리. 사진=트위터

50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기록하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화제성을 노린 일부 틱톡커들의 몰지각한 산불 영상이 도마위에 올랐다.

미국 매체 인사이더(Insider)에 따르면, 파키스탄인 틱톡커 ‘돌리’(Dolly)는 이달 초 산불 옆에서 드레스를 입고 촬영한 영상을 게재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1150만 팔로워를 가진 틱톡스타 돌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15초짜리 짧은 영상 하나를 게재했다. 산불을 배경으로 그가 드레스를 입은 채 당당하게 걷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다. 여기에 “내가 있는 곳 어디든 불꽃이 터진다”라는 자막과 ‘방화’라는 가사가 담긴 배경음악까지 삽입됐다.

이에 현지 누리꾼들은 돌리에게 “무지와 광기”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최근 50도에 달하는 이상 고온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은 기후 재난 최전선에 선 나라이기 때문에 특히 자연 환경 훼손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그가 영상을 촬영한 장소가 마갈라힐스 국립 공원으로 최근 산불이 여러 번 일어난 장소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이 거세지자 돌리는 영상을 삭제하고 “내가 산불을 낸 것이 아니며, 마갈라힐스 공원이 아닌 다른 곳”이라고 해명했으나 여론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또한 돌리에 대한 경찰 고발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운동가이자 수도 이슬라마바드 야생동물관리위원회 리나 사이드 칸 사티 회장은 “(돌리는) 화려한 불길을 즐길 것이 아니라 불을 끄기 위해 물통을 집어 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에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지역의 한 남성이 자신의 영상 배경을 위해 일부러 산불을 일으켰다가 체포됐다.

사티 회장은 “이 더운 계절, 적어도 4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숲에 불을 지르고 있다. 호주에서는 산불을 일으키면 종신형이다”라며 “이런 영상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너무 위험하며, 이것들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독일 NGO인 저먼워치가 집계한 세계 기후 위험지수(Global Climate Risk Index)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기후 변화에 따른 기후 재난에 가장 취약한 8번째 국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