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돈바스 요충지 '세베로도네츠크' 무차별 폭격...함락 위기"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전략 요충지인 소도시 세베로도네츠크가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이 심해지면서 파멸 위기에 몰리고 있다. 외부와 고립된 상태로 싸우고 있는 세베로도네츠크가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처럼 결국 포위 공격으로 초토화된 뒤 점령당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태다.

2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변인인 세르기 니키포로프는 돈바스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병력 규모가 우크라이나군의 7배에 달할 정도로 우세하다고 밝혔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가 일제히 모든 방향에서 진격해오고 있으며, 세베로도네츠크는 24시간 내내 계속 공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러시아가 루한스크 지역에 전투기와 장비를 미친 듯한 규모로 쏟아부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무차별 폭격을 단행해서 세베로도네츠크 외곽까지 다가왔으며, 세베로도네츠크가 마리우폴처럼 포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세베로도네츠크에 약 1만5000명이 남아서 마리우폴 이외에 가장 집중적인 폭격을 견디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리우폴 주민들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버텼듯이 이들은 아조트 화학공장 대피소에 갇혀있다.

도시를 포위한 뒤 군인과 민간인, 군사시설과 민간시설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폭격으로 도시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은 러시아군이 수시로 보여준 점령 전술이었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지역의 마지막 가스 공급소가 공격을 받은 후 지역 내 가스 공급이 끊기고 물과 전기의 공급도 제한적이라면서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를 지구에서 아예 지워 없애려고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세베로도네츠크와 도네츠크주의 리시찬스크를 점령하면 돈바스 지역 절반을 장악하게 된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다만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을 연결하는 리시찬스크와 바흐무트 사이 고속도로가 러시아군에 넘어갔다는 보도는 부인했다. '생명로'로 불리는 이 도로를 뺏기면 루한스크에서 탈출 경로가 없어지고 잔인한 포위 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의 침공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쿨레바 장관은 이날 세계경제포럼(WEF)의 연차 총회 '다보스 포럼'에서 “나토는 하나의 동맹 단체로서, 하나의 기구로서, 완전히 열외이며,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부 나토 동맹국들은 자국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오랫동안 자국의 나토 가입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나토에 대해 불만을 표해왔다.

쿨레바 장관은 또 서방에 “러시아에서 구매하는 것을 멈춰라. 우크라이나에서 사람들을 파괴하고 죽이고, 성폭행하고, 고문하는 전쟁 기계에 그들이 투자할 수 있는 돈을 만들도록 두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