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시 5월이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올해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42주기를 맞았다. 그러나 올해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5·18 민주화 운동에 큰 책임이 있는 전두환·노태우씨가 끝내 사과와 반성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탓이다.

전두환씨를 전 대통령이라 칭해야 할까? 전씨는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뒤 정당한 국민투표 없이 권력을 잡았다. 철권 통치로 인권을 탄압했고, 민주주의를 무참히 짓밟았다. 인권을 유린한 인물이다. 임기 동안 시국사범만 약 1만명을 구속시켰다. '학림사건' '부림사건'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등이 전두환 정권에서 자행됐다.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만들어서 그 출신들을 안기부장 등 주요 보직에 앉히기도 했다.

주요 외신은 지난해 11월 23일 전두환의 죽음과 관련해 '전 대통령'이 아닌 '독재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가장 비난받는 전 군사 독재자'(South Korea's Most Vilified Ex-Military Dictator)라고 표현했다. 호칭을 두고 논란이 있었던 한국과는 상황이 사뭇 달랐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눈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민의힘의 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지방선거 운동에 들어간 국민의힘은 5·18 망언의 주역을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내보냈다. 북한군 개입설 관련 5·18 공청회를 주최한 인물이다. 해당 인물은 최근에서야 고개를 숙였다. 5·18 공청회 개최 이후 4년 만이다. 그러면서 “북한군 개입설 관련 5·18 공청회 주최자의 일원으로서 사죄한다”면서 “5·18 민주화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뒷맛이 깔끔하지는 않다. 그동안 사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과 요구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던 그다. 그러나 공천 탈락 위기에 몰리자 부랴부랴 억지 사과를 한 셈이 됐다. 이처럼 1980년 5월의 진실과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처음으로 낸 1호 법안은 '전두환 국가장 배제법'이었다. 국가장법은 국가나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서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하면 장례를 경건하고 엄숙하게 집행,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국가장이 제한되는 규정이 없다는 허점이 있었다. 결국 학살자·찬탈차·범죄자인 전두환·노태우씨가 국가장이라는 예우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비록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노태우씨의 국가장은 막지 못했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국민의 의지로 전두환씨의 국가장은 막아냈다. 5·18 민주화운동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본격화되고 있다. 박관현 열사 유족 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가 오는 7월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공법단체인 5·18부상자회 등이 제기한 집단 소송도 오는 6월 23일, 7월 7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가 과거에 지급된 보상금이 '신체적 손해'만 해당할 뿐 '정신적 손해'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기존의 5·18보상법을 위헌으로 결정한 데 따른 소송들이다. 대법원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5·18 보상법에 따른 지원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하고 정당한 피해 보상이 이뤄지길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위원과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전원과 함께 제42주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제라도 이들이 모두 5·18 기념식에 참석한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빠진 게 있다. 바로 진정성이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는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나 희생자·유가족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없었다.

여전히 5·18 피해자들은 트라우마 속에 산다. 광주시민은 역사 왜곡에 시달리고 있다. 1980년 신군부가 퍼뜨린 씨앗은 2022년 5월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제 다시 5월이다. 민주·인권·평화의 상징인 광주 정신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전해지길 바란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hana-ki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