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52시간 근로제 변경하면 다시 등대된다?

판교테크노밸리 야경사진
판교테크노밸리 야경사진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판교, 구로, 가산에 긴장감이 돈다. 52시간 근로제에서 상위 소득자를 제외하는 '화이트칼라이그젬션'제도 도입 분위기가 감지되면서다. 대부분 게임사 평균 급여는 중위소득 242만원의 150% 이상인 고임금에 속한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는 미국에서 1939년부터 시행한 제도다. 일정 수준 이상 급여를 받는 근로자는 근로시간 제도 적용을 제외한다. 일본도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로 고임금 전문직을 근로시간 규제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한다. 국내서도 2019년 웹젠 이사회 의장이었던 김병관 의원이 근로소득 상위 3%에 주 52시간 적용 제외 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게임 개발자들은 겨우 자리잡힌 52시간 근무제도와 일과삶의 균형(워라벨)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표한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출시와 업데이트를 앞두고 크런치모드, 과로사, 주 7일 근무는 다반사였고 포괄임금제로 인해 정당한 노동 대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4시간 불을 켜고 있다는 의미에서 붙은 등대 혹은 오징어잡이 배로 다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정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가 도입되면 다시 출항하게 될까? 통계청에 따르면 월 평균 소득 최상위 계층은 월 1000만원 이상을 근로소득으로 올린다. 전체 근로소득자 중 2.6%를 차지한다. 월 800만~1000만원을 버는 계층 역시 2.6% 수준이다.

게임사는 1인평균 월급여는 대부분 고임금 근로자에 속하지만 상위 5.2%에 속하는 게임사는 제한적이다. 21년 기준 평균 월 급여가 1000만원이 넘는 회사는 카카오게임즈(1260만원), 크래프톤(1050만원), 800만원이 넘는 회사는 엔씨소프트(812만원)이 존재한다.

넷마블(675만원), 펄어비스(666만원), 컴투스(622만원), 웹젠(592만원), 더블유게임즈(583만원), 위메이드(354만원) 등 주요 게임사가 중위소득 150% 수준에 형성되어 있다.

상위 3% 혹은 상위 5%로 제한해도 영향받는 회사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게임은 수많은 파트에서 작업 결과물이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팀 전체가 최상위 급여를 받고 있지 않는다면 우려와 달리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는 52시간 근무제를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경쟁력 악화 주범으로 보고 있다.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신작 출시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개발 속도가 빠른 중국은 더 많은 게임을 쏟아내며 규모 경쟁에서 승리했다. 업계는 프로젝트 마감과 일정, 고객응대, 글로벌 대응을 위해서는 유연하게 일하는 업계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게임사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유연성이 커지길 기대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이 몰릴 때 더하고 적을 땐 일찍 퇴근하는 제도다. 현행제도는 주당 평균 52시간을 한 달 단위로 맞춰야 한다. 이 기간을 최대 1년까지 연장되기를 원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발간한 게임산업종상자노동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유연근무제 도입 유연성 확대에 대해서 회사 56%는 긍정적으로 대답했지만 노동자는 11%만 긍정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