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이 약 0.5mm밖에 안 돼 동전 옆면에도 올라갈 수 있는 초소형 로봇이 개발됐다. 지금까지 개발된 원격 조정이 가능한 보행 로봇으로는 가장 작은 사이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생체전자공학 교수 존 로저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레이저빔으로 조종할 수 있는 게 모양의 초소형 로봇을 개발한 결과를 로봇 전문 학술지 '사이언스 로봇틱스'(Science Robotics)에 발표했다.
이 로봇은 옆으로 기어가는 '게'에서 영감을 받았다. 공개된 영상에는 로봇이 옆으로 이동하거나 뛰어오르는 등의 다양한 동작을 구현하는 모습이 담겼다.
로봇은 열을 가했을 때 기억된 형태로 복원되는 '형상기억 합금'으로 제작돼 복잡한 장비나 동력 없이 동체의 탄성변형에너지로 움직인다.
레이저빔으로 특정 부위에 열을 가하면 기억된 형태로 변했다가 식으면서 원래 형체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연구팀은 해당 로봇이 아직 실용화 이전 연구 단계이지만 추후 극도로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로저스 교수는 “(초소형 로봇이) 산업 분야에서 작은 구조물이나 기계를 수리 또는 조립하고, 수술실에서는 혈관 내 혈전이나 악성종양을 제거하고 내출혈을 멈추게 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책을 펼쳤을 때 그림이 튀어 오르는 '팝업북'에서 영감을 얻은 조립 기술도 활용했다. 8년 전에 개발된 이 기술은 우선 평면으로 특정 모양을 만든 뒤 팽팽하게 잡아당긴 고무 기판에 붙여, 잡아당기는 힘이 늦춰졌을 때 3차원 형태의 모양이 튀어 오르게 한다.
연구팀은 “이번에 활용된 조립 기술과 소재를 이용하면 거의 모든 크기와 형태의 보행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 소형화를 연구해 온 로저스 교수팀은 앞서 지난해 9월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을 타고 움직이며 대기 중의 먼지 등을 측정할 수 있는 1mm 이하의 초소형 비행체를 만들어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바 있다.
이 비행체는 바람 에너지를 사용해 날아가는 무동력 비행체다. 단풍나무를 비롯한 식물의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흩어져 종자를 퍼뜨리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
자연에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 바람을 사용해 씨앗을 퍼뜨리는 방법은 가장 흔하면서도 최대 수십 킬로미터까지 씨앗을 퍼뜨릴 수 있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전략이다.
연구팀은 이 비행체를 들판과 산에 뿌리게 되면 자연의 오염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소자를 손쉽게 제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러한 초소형 로봇들이 추후 하늘에서, 인체 내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