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괴담' 수준의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들 소문이 대부분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유럽에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나온 이야기를 재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흔한 소문은 봉쇄설이다. SNS에선 “'원숭이두창 봉쇄'와 '원숭이두창 독재'에 대비하라'”고 선동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코로나19 확산 당시처럼 시민들의 이동이 제한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아니며, 확산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보다 전염력이 낮은 데다 이미 백신과 치료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전염성을 가지는 특성이 있어 확진자 발견과 격리도 용이하다.
피터 호비 옥스퍼드대 감염병과학센터장은 “봉쇄나 대규모 백신 의무 접종 등의 규제는 원숭이두창 대응에는 맞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긴급 대응 프로그램의 로자먼드 루이스 천연두 사무국장도 “대규모 백신 접종은 필요치 않다”고 확인했다. WHO는 원숭이두창을 이유로 어떤 종류의 여행 제한도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원숭이두창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음모론 역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BBC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중국, 미국 등지의 일부 SNS 계정과 언론 매체들은 이번 발병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유출된 것이거나 생물학적 무기로 원숭이두창을 사용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추적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은 서아프리카에서 흔히 보이는 원숭이두창 종류로, 이는 실험실에서 제조된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매체와 중국 SNS를 중심으로 미국이 의도적으로 원숭이두창을 퍼뜨렸다는 음모론이 확산하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 싱크탱크인 핵위협방지구상(NTI)이 지난해 3월 개최한 워크숍을 근거로 제시한다.
세계 지도자들이 미래의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도록 권장하는 취지로 마련된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실험실에서 배양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무기로 악용돼 전 세계에 확산하는 가상 상황을 제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워크숍에서 나온 시나리오상 원숭이두창이 발생하는 시점이 올해 5월 15일로 현 상황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이 워크숍 역시 미국이 원숭이두창 확산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감염병 발생은 일상적인 일이며, 감염병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의심을 받을 사안은 아니라고 BBC는 전했다.
한편 WHO에 따르면 26일 기준으로 20개국 이상에서 200건 이상의 감염사례가 보고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