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발표한 민생경제 안정대책은 주요 식료품에 부과되는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는 식용유와 돼지고기, 나프타 등 14개 품목에 0%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커피와 코코아원두의 부가가치세를 2023년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한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생활·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먹거리의 '수입·생산·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식료품 및 식자재 원가부담 완화를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수입 단계에서의 할당관세는 먹거리 7개 품목, 산업원자재 7개 품목에 적용된다. 할당관세는 수입 물품에 대해 기본 관세율보다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먹거리 중 대두유, 해바라기씨유, 밀, 밀가루, 돼지고기는 할당관세를 신규 적용하며 사료용 근채류는 할당 물량을 70만에서 100만톤으로 확대한다. 계란 가공품은 할당 기간을 연말까지로 연장한다.
정부는 정책 시행 시 돼지고기는 18.4~20%의 원가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입가격이 1000달러인 돼지고기의 경우 환율(1250원)과 관세(25%)를 더해 156만3000원에 들여왔으나 관세를 0%로 조정하면 125만원이 된다.
커피와 코코아 원두를 수입할 때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도 2023년까지 면제한다. 커피 원두는 주요 산지의 작황 부진으로 인해 파운드 당 가격이 지난해 2분기 146센트에서 올해 4월에는 226센트로 상승했다. 정부는 이번 부가가치세 면세 조치로 원재표비의 9%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치와 장류 등 발효식품의 제품 가격 인상으로 장바구니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단순가공식료품의 부가가치세(10%)를 2023년까지 면제한다. 단순가공식료품은 병, 캔, 플라스틱, 알루미늄 파우치 등에 개별 포장돼 판매되는 제품으로 김치, 된장, 고추장, 젓갈류, 장아찌, 데친 채소류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6월 중 시행을 목표로 할당관세에 관한 규정과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할 계획이다. 하반기 중 관세 과세가격을 결정할 때 적용하는 환율을 외국환도매율에서 기준환율로 바꿔 수입 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준환율은 외국환 중개회사의 고시 환율로 시중은행의 외국환 도매율보다 약 1% 낮다.
생산 단계에서는 면세농산물 공제 한도를 2023년까지 10%포인트(P) 상향해 식품 제조업계와 외식업계의 식재료비 부담을 줄인다. 이에 따라 면세농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 한도는 내년 말까지 현행 40~65%에서 50~75%로 확대된다. 예를 들어 농산물 구입비가 1억5000만원, 매출이 2억원인 개인 사업자는 세액공제액이 1073만원에서 1239만원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번 물가 안정 대책에 대해 '시장 친화적 물가 관리'를 강조했다. 가격 통제 중심의 물가 관리가 아닌 원가 절감 노력을 지원하는 방식을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추 부총리는 “정부는 시장친화적 물가관리 원칙 하에 생필품, 원자재 등 물가현안을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며 “물가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각각의 가격 및 임금 연쇄인상은 '물가상승 악순환'을 초래해 사회 전체의 어려움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감안해 각계의 협조와 동참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할당관세 및 부가가치세 면제 조치로 세금 수입은 6000억원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세금을 깎는 만큼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전달 경로가 긴 부분은 (인하 효과가) 희석될 수 있지만 원가 부담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며 “주무 부처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협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수입·생산·소비' 전 과정 원가 부담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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