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e스포츠이 공약이 인기다. e스포츠 상설전용경기장 건설과 구단 창단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청년 표심을 잡는다. 업계에서는 e스포츠가 국가적 관심 사업으로 떠오르는 건 환영하지만 현재 경기장도 잘 쓰이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 표심잡기로 이용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 공약집에 따르면 e스포츠 경기장과 구단 건립을 통해 도시 브랜딩, 환경미화, 산업 발전을 추진한다. 청년 표심이 지방선거 승패가 가를 중요 분수령으로 분석하고 게임을 자주 접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표심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이재준 더불어민주당 수원시장 후보는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를 e스포츠 전용경기장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쓰이지 않는 시설을 활용해 청소년문화, e스포츠 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도지사 후보도 천안에 경기장 건립, 구단 창단, e스포츠 전국체전 개최 등을 내세웠다.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후보는 도내에 본사를 둔 게임사와 연계해 e스포츠 경기장 건설 등 e스포츠 산업 특구를 마련한다. 동희영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광주시장 후보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구단을, 이미영 더불어민주당 울산남구청장 후보는 구청장 직속 e스포츠 행정전담팀과 게임단을 창설하고 e스포츠협회 울산 남구 유치를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e스포츠 인식이 올라 온 것에 대해 환영하지만 표심을 겨냥한 넘치는 공약에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이 제대로 쓰이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장은 OGN 철수 후 아프리카TV가 이어받아 겨우 명맥을 유지한다. 120억원을 들여 만든 부산, 광주, 대전 e스포츠 경기장에서 1년간 열린 e스포츠 대회는 비 e스포츠 행사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체부 상설경기장 지원사업은 4차 진주 이후 무산된 상태다. 지난 주말 부산에서 열린 MSI도 예선전만 부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 진행하고 결승전은 벡스코에서 진행했다.
있는 경기장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판국에 '청년은 게임을 좋아해'라는 인식만으로 우후죽순으로 건립만 하면 오히려 산업 발전 저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는 정말 'e스포츠 메카'를 꿈꾼다면 경기장, 구단 창단보다는 세제 지원 혹은 관련 기업 유치에 더 열을 올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세계 최대 e스포츠 시장인 미국은 민간에서 인프라를 확보한다. 라이엇게임즈 LCS 아레나를 비롯해 하이퍼X 라스베이거스 경기장, 필라델피아 퓨엘 경기장 등은 게임장뿐 아니라 중계시설, 헬스장, 휴식공간, 인터뷰공간,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라운지, 식당과 같은 시설과 연계해 기존 프로스포츠와 같은 경기장 문화를 형성했다. 민간이 필요에 의해 계획하고 설계한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심성으로 우후죽순 세우기만 한다면 KTX 오송역처럼 오히려 도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뿐”이라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