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원숭이두창 "동성간 성관계 자제" 권고…WHO "정보 불충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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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원숭이두창 누적 확진자수가 179명으로 집계되고 있는 영국의 보건당국이 전파 원인을 남성간 성관계로 보고,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이들에게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라는 권고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30일(현지시간) 임바넥스(천연두 백신)를 2만개 이상 구입했다고 밝히는 한편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UKHSA는 원숭이 두창 확진자와 의심 환자들에게 “피부 질환이 모두 낫거나 딱지가 굳을 때까지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며 “의류와 침구를 세탁하고 소독 방법을 따르면 전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 등은 고글, 장갑과 같은 개인 보호 장비를 착용해달라고 했다.
 
특히 원숭이두창 사례는 남성간 성관계를 가진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에게서 대부분 확인되고 있다면서 증상 발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확진자의 생식기에서 원숭이두창 증거가 발견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UKHSA의 수석 의료 고문이자 원숭이 두창 전략 대응 책임자인 루스 밀턴 박사는 "원숭이 두창 지침은 자택에서 안전하게 격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감염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비롯해 질병을 관리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 환자의 피부 발진. 사진=영국 보건안전청(UKHSA)
원숭이두창 환자의 피부 발진. 사진=영국 보건안전청(UKHSA)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우려를 논하기에는 시기가 이르지만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로자먼드 루이스 WHO 긴급 대응 프로그램 천연두 사무국장은 30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이 팬데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잘은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팬데믹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중·서부 풍토병으로만 알려졌던 원숭이두창이 지난 7일 영국에서 첫 발병해 유럽, 북미, 중동, 호주 등으로 확산하자 국제사회가 다시 긴장했다.

WHO는 지난 26일 기준으로 비풍토병 지역 23개국에서 257건의 확진 사례가 보고됐으며, 의심 사례는 최대 127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비풍토병 국가의 사망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높아지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WHO는 ‘경계를 강화하되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WHO는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와 같은 사례로 오인돼서는 안된다며 일반 대중들에게 미치는 위험은 여전히 낮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원숭이두창 감염과 관련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점은 시인했다. 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느 정도로 퍼져있는지, 무증상 감염 사례가 있는지, 홍역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마찬가지로 공기 전염이 가능한지 등이 아직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까지 보고된 감염 사례 대부분은 동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을 비롯해 동성·양성애자들 사이에서 발병한 것이라면서도 바이러스 전파가 성관계에 의한 것인지, 성관계 중 밀접 접촉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루이스 국장은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누구나 잠재적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일반 사람들에 대한 위협 수준은 낮다”고 강조했다.

WHO는 원숭이두창에 대한 위험평가를 ‘2단계 보통 위험’으로 최근 격상했다. WHO 위험평가 분류 항목은 △0단계 매우 낮은 위험 △1단계 낮은 위험 △2단계 보통 위험 △3단계 높은 위험 △4단계 매우 높은 위험 등 5가지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와 유사한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열흘 정도 잠복기를 거치며 발열, 두통, 근육통, 발진 등의 증상이 2~ 4주 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숭이두창 전용 백신은 없지만 천연두 계열 바이러스기 때문에 기존 천연두 백신으로도 85%의 예방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