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장 내정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빚어진 갈등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고사로 일단락됐다. 윤 행장이 6개월 남은 임기를 끝까지 마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정 힘겨루기의 상처로 조기 용퇴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어 차기 행장 하마평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갑자기 공석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혼란 수습을 위해 내부 출신 행장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 KDB산업은행 회장 등 다른 금융기관장에 비해 언급되는 외부 인사가 없기도 하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윤 행장이 오기 직전 10년 동안 세 차례 연속 내부 인사가 행장을 맡았다.
윤 행장은 2020년 1월 취임했다. 행정고시 27회 출신인 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은 바 있어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당시 기업은행 노조가 출근 반대 집회를 열 정도로 갈등이 첨예했다.
국무조정실장행 논란 이후 윤 행장은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에선 윤 행장 용퇴를 전제로 차기 행장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외부보단 내부 인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은행 2인자인 김성태 전무이사와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이 거론된다. 김 전무이사는 1962년생으로 소비자보호그룹장, 경영전략그룹장 등 요직을 거쳤고, IBK캐피탈 대표이사를 맡았다.
1963년생인 최 대표는 카드사업그룹 겸 신탁사업그룹장, 여신운영그룹장을 지낸 뒤 2020년 3월부터 IBK캐피탈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3월 임기가 종료됐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기업은행 자회사 인사가 지연되면서 대표직을 수행 중이다. IBK캐피탈이 규모나 실적 기여도 면에서 다른 자회사에 비해 월등해 자회사 대표 중 행장이 배출된다면 최 대표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최 대표가 언급되는 다른 이유는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급부상한 여성 중용론이 있다. 윤 대통령은 장·차관 인사와 대통령실 주요 보직자 중 여성 인재가 극소수라는 지적이 일자 최근 여성 장관을 잇따라 임명했다. 지난 26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박순애 서울대 교수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김승희 전 국회의원을 지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는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 학장이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권선주 전 행장이 기업은행 최초 여성 행장을 맡은 적 있어 최 대표를 중용하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꾀할 수도 있다. 문 정부에선 국책은행장 중 여성은 없었다.
다만 윤 행장 임기가 내년 1월 2일까지로 6개월밖에 안 남은 점을 고려해 임기를 마칠 때까지 보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표]최근 기업은행장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