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커머스 직매입 사업에 뛰어든다. 전용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상품 소싱을 맡을 전문 상품기획자(MD)도 대폭 늘린다. 기존 오픈마켓 위주의 '선물하기'나 '톡스토어'로는 서비스 차별화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이다.
직매입 사업을 통하면 매출액을 급격하게 늘릴 수 있다. 오픈마켓 위주의 수수료 기반 매출로는 볼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매입한 상품 가운데 판매되지 않은 상품 문제가 남게 된다. e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지난해 1분기 매출이 74% 증가하면서도 적자가 3배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직매입은 유통사업자에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사업 확장 측면에서는 효용성이 크다. 물류 기반이 갖춰지면 제3자물류(3PL)로 확대할 수 있다. 쿠팡은 직매입 '로켓배송'을 오픈마켓 사업자에 제공하는 '제트배송'으로 확대했다. 이는 미국 아마존의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 모델과 유사하다. 판매자와 고객을 록인(Lock-in)시켜 아마존이 미국 e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다른 e커머스 업체들도 직매입은 몸집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1번가도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직매입 조직을 새롭게 꾸리고 물류센터도 확충했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도 직매입 배송 물량 확대를 위해 물류센터를 잇따라 오픈했다.
카카오의 직매입은 네이버의 커머스 전략과 비교된다. 네이버는 신세계·CJ대한통운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검색 기반의 수수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직매입 커머스와 연계하면 확장성은 엄청나다. 지난해 쿠팡 상장이 e커머스 기업공개(IPO)에 불씨를 댕긴 듯 했지만 증시는 기대에 못 미쳤다. 온라인 쇼핑 규모도 증가세가 멈췄다. 카카오의 직매입 진출이 e커머스 시장을 다시 한 번 요동치게 할 기폭제가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