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SK텔레콤이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에 돌입했다. 현 정부는 디지털 보편권 및 접근권 확립에 대한 주요 이행계획 중 하나로 올해 하반기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내걸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하폭 확대를 강조할 예상되는 반면 도매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은 최대한 기존 대가를 사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은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로서 2011년부터 정부와 망 사용에 대한 대가를 협상해왔다. KT와 LG유플러스는 협상안에 맞춰 매해 도매제공 가격을 조정한다.
과기정통부는 음성, 데이터 등 항목별로 산정되는 종량대가(RM)와 롱텀에벌루션(LTE) 및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별로 정해지는 수익배분방식(RS) 모두 지난해보다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뜰폰 업계는 특히 RS로 제공되는 LTE 주력 상품 '밴드 데이터' 요금제 등 인하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과기정통부에 꾸준히 전달해왔다. 밴드 데이터 요금제는 지난해 협상시 9종 전체가 인하되지 않았다. 특히 알뜰폰 이용자가 많이 찾는 저가요금 구간인 3만2890원에 데이터 300MB, 3만9600원에 데이터 1.2GB를 제공하는 요금제는 2017년 수익 배분율이 40%로 확정된 이후 추가 인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밴드데이터의 중간요금제격인 6만5890원에 데이터 1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도 2019년 배분율을 50%로 정한 이후 유지되고 있다. 다만 SK텔레콤은 T플랜 출시 이후 현재 밴드데이터 이통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고객에게 알뜰폰은 여전히 요금이 높은 5G 요금제보다 LTE요금제 선호도가 높다”며 “5G 요금제 수익배분율이 60%에 달한다는 점도 여전히 알뜰폰사가 LTE를 주력상품으로 여기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해 내고 있는 망 임차료 명목인 최소사용료 또한 망 도매대가와 중복되는 면이 있는 만큼 인하가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매해 거듭되는 인하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밴드데이터 3만원대 저가 요금제 구간은 2017년 각각 10%, 16.1% 포인트씩 수익배분을 대폭 낮추며 충분한 할인율을 제공해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RS는 의무 사항이 아님에도 알뜰폰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매년 정부 협상에 참여해왔다. SK텔레콤은 종량대가를 매해 낮춘 만큼 알뜰폰사가 자체적으로 종량대가를 활용한 혁신 요금제를 탄생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종량제 데이터 도매 대가는 2018년 MB당 3.65원에서 2019년 2.95원, 2020년 2.28원, 2021년 1.61원으로 매년 낮아졌다.
통신업계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관성적 대가 인하가 알뜰폰 사업자의 규제 의존도를 심화시킨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미국,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는 한때 도매의무 규제를 시행했으나 이후 경쟁상황 개선 등에 따라 폐지했다. 도매 의무 규제를 시행하는 체코,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도 대가는 사업자 간 자율협의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양측 의견을 충실히 듣고 종합해 도매대가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도매대가 인하 결과를 포함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