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에 침투해 암세포 에너지원(ATP)을 제거하는 항암 치료 기술이 개발됐다.
UNIST(총장 이용훈)는 유자형 화학과 교수팀이 암세포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암세포 ATP와 결합해 거대 분자 덩어리를 만들어내는 항암 유도물질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 물질을 투입한 암세포는 거대 분자 덩어리 생성 과정에서 ATP를 소진하고 결국 기능장애를 일으켜 성장이 멈춘다.
세포 에너지원인 ATP는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들어진다. 세포 내 ATP가 부족하거나 ATP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가 망가지면 대사 장애로 세포는 죽는다. 정상 세포도 ATP를 만들지만 빠르게 증식하는 암세포에서 ATP 농도는 더 높다.
유 교수팀은 이 점에 주목해 고농도 ATP와 결합해 분자 덩어리를 만들 수 있는 항암 유도물질을 개발했다. 정상 세포는 ATP 농도가 낮아 이러한 분자 덩어리를 만들기 어렵다.
항암 유도물질을 투입하면 분자 덩어리 합성과정에서 암세포 ATP는 이 분자와 뭉쳐져 제거된다. 분자 덩어리는 크기가 수백 나노미터 수준으로 비슷한 크기의 미토콘드리아 막을 물리적으로 훼손한다.
유 교수팀은 암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암세포 성장이 정상 세포 대비 느려짐을 확인했다.
유자형 교수는 “세포 에너지원인 ATP를 제거하는 동시에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거대 자기 조립체' 형성을 유도하는 방식이 효과적인 항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향후 미토콘드리아 표적 약물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 2월 국제학술지 '케미컬 사이언스' 표지논문으로 나왔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