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보험사기를 막기 위한 인공지능(AI)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보험사기로 지급한 보험금은 돌려받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와 심사 과정에서 미리 사기를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지난달 보험사기 분석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끝내고 NFAS(Nonghyup life insurance Fraud Analysis System)를 도입했다.
NFAS는 머신러닝 기술로 보험사기, 부당청구 사례를 학습한 AI가 보험사기를 미리 파악한다. 신규 보험사기 수법을 적발할 수 있도록 분석 범위도 넓혔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병원 이용 패턴, 입원 기간 등 유사점을 도출해 사기 여부를 판단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농협생명 관계자는 전했다.
DGB생명도 지난달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사기를 더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적발하는 보험사기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기존 보험사기 특별조사관(SIU) 심사 결과에 관계형분석, 교차분석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의료기관, 보험설계사와 연루 여부도 함께 파악한다.
DGB생명은 2019년부터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점점 규모를 키우며 조직적이고 지능화되는 보험사기 추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 기술에 기반한 모니터링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DB손해보험은 올해 초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사기 공모관계 네트워크 분석시스템 'DB T-시스템(DB Total Analysis System)'을 오픈했다. 이 시스템도 AI 머신러닝 분석으로 개인을 넘어 다른 혐의자와 공모관계를 밝히는 데 초점을 뒀다. 현재 이 회사는 자동차 고의사고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교보생명도 AI 기술을 활용한 보험사기 적발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보험사들이 AI를 활용한 보험사기 적발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 건 보험사기가 날로 증가하면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9434억원으로 연 1조원에 가깝다. 2020년 적발금액(8986억원) 대비 5.0%(448억원) 증가했다. 적발 인원은 9만7629명으로 보험사기 가해자 수만 10만명에 육박한다.
또 보험금을 지급하면 환수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보험사가 가해자에 민사소송을 걸어 돌려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국회에서 부당청구된 보험금 환수 근거를 마련하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가 요원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험사기 분석은 개인을 대상으로 해 가해자를 일일이 적발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AI 시스템은 개인뿐 아니라 공모자, 단체, 의료기관 등을 통합해 사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더 효과적이고 보험금 누수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표] 최근 AI 보험사기 분석 시스템 도입 현황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