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길어지면서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에 제동이 걸렸다. 상반기를 1개월도 채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 등 대다수 주요 지자체의 전기차 보급량이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전기차 출고 대기가 최장 18개월에 달해 올 하반기까지 공급난이 지속된다면 올해 목표치 달성은 불투명해진다.
7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서울시의 올 상반기 전기차 구매 보조금 공고 대수는 7800대이며, 이날 기준 출고 대수는 3635대로 목표 달성률은 46.6%다. 계획한 보급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상반기 목표치를 가장 높게 잡은 인천시는 7874대 중 2639대를 출고, 보급률 33.5%에 그쳤다.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보급 목표를 설정한 성남시는 3320대를 배정했으나 실제 출고 대수는 737대(22.1%)에 머물렀다.
상대적으로 많은 전기차를 출고한 지역도 상반기 보급 목표 달성률은 50~60% 초반대에 불과하다. 대전시는 3702대를 공고해 2080대(56.1%)를 출고했다. 부산시는 목표치 4850대 가운데 2979대(61.4%), 대구시는 3130대 가운데 2020대(64.5%)를 각각 보급했다. 이달까지 남은 기간의 출고를 고려하더라도 실제 보급률은 목표치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급률이 저조한 것은 수요 대비 공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아가 내놓은 인기 전기차 'EV6'의 이달 계약 기준 출고 대기 기간은 18개월에 이른다. 현대차 '아이오닉 5', 제네시스 'GV60' 역시 12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차량을 출고할 수 있다. 대다수 지자체는 보조금 신청 후 2~3개월 안에 차량을 출고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반도체 공급난으로 출고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각 지자체는 더딘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전기차 보조금의 지원 조건인 출고 기한을 기존 2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담은 보급 사업 변경안을 공고했다. 자동차 업계의 생산 차질을 감안한 조치다. 다만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인기 전기차는 1년 이상을 대기해야 하는 등 정책 실효성은 높지 않다.
각 지자체는 상반기에 잔여분 발생 시 하반기 보급 물량에 합산하는 방식으로 연말까지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공급난 해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제조사 차원의 특단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실제 목표 달성은 어려운 분위기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완성차 업계가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공급난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반도체가 약 두 배 더 들어가고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도 워낙 많아 단기간 출고 대수를 늘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