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국 수입시장에서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2019년까지 중국 최대 수입국이었지만 2020년부터 2년 연속 대만에 1위를 내줬다.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중간재 위주 수출품목을 다변화하는 등 새로운 수출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하락과 우리 대응방안'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수입시장 내 한국 점유율은 8%로 2017년 대비 1.9%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중국 10대 수입국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품목별로는 한국 주력 수출품목인 메모리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부품, 합성섬유 및 페트병 원료가 되는 파라-크실렌(파라-자일렌) 등에 대한 중국 수입이 전반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그 수요처가 대만 및 아세안으로 일부 옮겨가면서 한국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는 컴퓨터 및 주변기기, 통신장비, 전자부품 등 정보통신(ICT) 제품군에서 한국 제품 수입 비중은 2017년 20.5%에서 2021년 17.9%로 감소해 주요국 중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대만과 아세안은 수입점유율이 각각 5.6%P, 1.9%P 증가했다. 보고서는 한국 점유율 하락 배경으로 대만과 아세안이 우리 제품 수입을 대체하는 것 외에도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기업 생산설비 확대에 따른 수입 대체 등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가공단계별로는 중간재 및 소비재 수출 부진이 중국 내 점유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중국 수출은 80% 이상이 중간재 수출이다. 지난해 중국의 중간재 수입이 2017년 대비 50.3% 증가하는 동안 한국산 중간재 수입은 21.7% 증가하는데 그쳐 한국산 중간재 수입점유율이 2.9%P 하락했다. 소비재 수입시장에서도 한국 점유율은 3%대로 아세안, 미국, 독일 등에 밀린다.
고위기술 품목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중국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만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고위기술 품목 수입시장에서 한국 고위기술 중간재 수입 점유율은 2019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아세안에 점유율 역전을 허용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 및 중간재 자급화 등 산업구조 고도화는 중간재 위주로 구성된 한국의 중국 수출에 장기적·구조적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수입시장 내 우리 점유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품목 다양화, 고부가가치 전략 품목 발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양허 협상 추진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