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사무실 15층 이용권' 중요한가요](https://img.etnews.com/photonews/2206/1539670_20220609143848_766_0001.jpg)
“기업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현실에 최대주주로서 마음이 너무 무겁고 안타깝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주식 매각 발표를 하면서 밝힌 말이다. 1년 2개월이 지난 현재 남양유업은 과연 잃어버린 '소비자 신뢰'를 얼마나 회복했을까.
단순 매출 지표로만 본다면 남양유업은 올 1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적자인 데다 대표 품목인 분유·우유에서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이다.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가 법정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경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탓이 크다.
최근 법정 공방에서 새로운 사실이 잇달아 드러났다. 백미당 분사에 별도의 합의가 있었다는 홍 회장 측 주장에 대해 주식매매계약 중개인인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대표는 “계약 체결 전에 백미당은 필요 없다고 홍 회장이 직접 얘기했다”고 말한 것이다. 함 대표는 “홍 회장이 '백미당은 적자가 나는 구조고 이운경(홍 회장의 아내)이 이를 맡아서 할 능력이 될지 자신이 없다면서 필요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백미당은 남양유업이 운영하는 외식 사업 브랜드다. 백미당 실적이 따로 공개된 적은 없지만 특수상권 중심으로 운영되는 직영점 구조상 적자가 누적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다른 쟁점 가운데 하나는 오너 일가 처우에 관한 별도의 합의다. 홍 회장 본인과 가족 임원에 대한 처우 보장이 확약됐지만 이행되지 않았다는 게 홍 회장 측 주장이다. 홍 회장 측은 이번 증인 심문에서 처음으로 해당 내용에 대한 별도의 합의서를 공개했다.
해당 합의서에는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재매각할 때까지 '기존 사무실(15층)을 사용하고 차량이나 기사 등을 제공한다거나 본인 처인 이운경 전무, 아들 홍진석과 홍범석의 현재 직급과 처우를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남양유업 재매각 시 우선협상권을 부여한다는 문구도 있다. 그러나 증인인 함 대표와 한앤코 측은 합의는커녕 해당 문서를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입장이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쌍방자문'도 주식매매계약 유효성에 관한 쟁점 가운데 하나다. 홍 회장 측은 김앤장이 배임적 대리권 행사에 계약이 체결돼 해당 매매계약이 무효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에 한앤코는 인수합병(M&A)에서 쌍방자문은 흔한 사례이며, 해당 사실에 대해 홍 회장이 인지하고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했다'는 홍 회장의 용단은 그동안 경영을 잘 이끌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쟁점에 대한 진실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오너 일가의 안위를 보장하기 위한 합의를 원했다는 점은 홍 회장의 용단을 퇴색시키는 배경에 불과하다. 남양유업은 갈 길을 잃은 모양새다. 경쟁사는 제품 다각화, 신사업 강화를 통해 수익을 올리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유업계 1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경영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지길 바란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