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한-동남아 노선에 이어 한-일, 한-중 항로의 해상운임 담합을 제재하면서 해운 담합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일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15개 선사에 과징금 800억원과 시정명령을, 한-중 항로에서 담합한 27개 선사에는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9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에 가담한 선사들은 17년 동안 기본운임의 최저수준, 각종 부대운임 도입 및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 등 제반 운임을 합의했다.
한-일 항로는 2003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총 76차례, 한중 항로는 2002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68차례에 걸쳐 합의가 이뤄졌다.
부대 운임으로는 긴급유류할증료(EBS), 터미널 조작 수수료(THC), 컨테이너 청소비 등이 도입됐다.
담합 가담 선사들은 운임 합의를 실행하기 위해 다른 선사의 화물을 침탈하지 않기로 하고 기존 자신의 거래처를 유지하는 '기거래 선사 보호'에도 합의해 운임 경쟁을 제한했다. 합의 운임을 수용하지 않거나 담합에 참여하지 않는 선사를 이용하는 화주에는 컨테이너 입고 금지, 예약취소 등으로 선적을 거부해 합의 운임을 수용하도록 사실상 강제했다. 중소중견기업 뿐만 아니라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화주도 운임 수용을 서면으로 제출할 때까지 선적을 거부했다.
운임 담합은 실제 선사들의 수입 증대로 이어졌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한일 항로에서 선사들은 합의 실행에 따른 비용 절감과 부대비 징수의 효과로 2008년 한 해 동안 620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공정위는 선사들이 담합의 위법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은폐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는 공동행위가 아닌 개별 선사의 자체 판단으로 운임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운임인상 금액은 1000원 가량, 시행일은 2~3일 차이를 두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 있는 회의록과 투찰가 결정 내역은 대외비로 관리했으며 대형화주의 이름은 이니셜로 처리했다. 이메일 등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은 삭제해 증거를 인멸하는 등 전형적인 담합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운임 합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된 운임 준수를 독려한 사업자단체에도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한-일 항로의 한국근해수송협의회는 과징금 2억4400만원과 시정명령이, 한중 항로의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는 시정명령이 부과됐다.
한중 항로에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이유는 양국 정부가 해운협정과 그에 따른 해운회담으로 선복량(공급량)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량이 이미 결정돼 있는 만큼 운임 합의에 따른 경쟁제한 효과와 파급효과가 다른 노선 대비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불법적으로 이뤄진 선사들의 운임 담합을 타파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해운당국의 공동행위 관리가 강화돼 수출입 화주 피해를 예방하도록 해수부와 협력해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