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를 신설하면서 공언한 보상 규정을 정작 고시에는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추후 전력시장규칙 개정을 통해 구체적인 보상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지만 발전업계는 보상 범위, 방법, 절차 등이 불확실해 신뢰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또 산업부가 제도 추진 배경으로 인용한 주요국 규제 사례도 제도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9일 법조계와 발전업계에 따르면 산업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 관련 고시에 보상 근거 규정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는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 신설 취지를 설명하는 보도자료에서 “실제 연료비가 상한가격보다 더 높은 발전사업자에는 연료비를 보상해주고 그 외 용량요금과 기타 정산금은 제한 없이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도 신설로 인한 사업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연료비 등을 보상하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고시에는 해당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다.
산업부는 추후 전력시장규칙 개정을 통해 보상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 관련 고시를 시행한 이후 규칙 개정으로 보상방안을 구체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 보상에 대해 “(전력)시장규칙에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보상 범위와 방법, 절차 등을 고시에 적시하지 않으면 법 근거가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보상 자체가 행정청의 재량에 맡겨지고 추후 보상 범위에 대해서도 다툼 소지가 있다고 파악한다. 전력시장규칙 개정은 전력거래소의 '규칙개정 실무협의회'를 거쳐, '전력시장규칙개정위원회' '전기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최소 한 달이 걸리는 과정에서 보상 규정을 두고 진통이 오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법 전문가는 산업부에서 밝힌 보상 범위 등이 불확실해 발전업계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산업부는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에 대해 실제 연료비는 보상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관련 내용이 해당 고시에는 전혀 반영돼 있지 않아 보상 자체가 전력당국 재량에 맡겨지게 된다”면서 “실제로 보상이 이뤄질지 의문이고, 보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범위에 대해서는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발전업계는 산업부가 연료비에 대해서만 보상하는 점도 부족하다고 짚고 있다. 발전기를 운영하면서 투입되는 부대비용에 대해서는 보상안이 없다는 취지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들어가는 연료비만 보상하면 사업자들은 마이너스가 날 것”이라면서 “연료비 외에도 발전기를 운영하면서 들어가는 정비비, 용수비, RPS 비용 등 부대비용도 있다”고 밝혔다.
민간발전협회 등은 오는 13일까지 진행되는 행정예고 기간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정부가 고시 개정을 시행하면 소송 등 법 대응을 검토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