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해양수산부가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해운 담합 사건이 마무리됐다. 공정위는 한-동남아, 한-일, 한-중 3개 해상 항로 운임 담합에 총 1762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공동행위 신고 절차 준수에 대한 시정명령도 내렸다.
제재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해수부와의 갈등과 해운업계 반발은 봉합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공정위는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의 공동행위에 대한 협력과 관련 연구용역을 이어갈 예정이다.
공정위는 9일 한-일 항로 운임에 담합한 15개 선사에 과징금 800억원과 시정명령을, 한-중 항로에서 담합한 27개사에는 시정명령을 부과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1월 한-동남아 항로에서의 운임 담합 행위에 대해 962억원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한-일, 한-중 노선에 대한 제재로 해운 담합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공정위는 해운담합 제재를 두고 해운산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갈등을 빚었다. 해수부는 해운업계의 공동행위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동남아 노선 제재를 앞두고 국회 상임위까지 갈등이 확대된 바 있다.
정권이 바뀐 후에도 공정위와 해수부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공정위는 동남아 노선을 제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절차와 내용을 맞게 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운법은 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를 일정한 절차와 내용상의 요건 하에 허용한다.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절차적으로 공동행위를 한 후 30일 이내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며, 신고 전 합의된 운송조건에 대해 화주단체와 협의해야 한다. 공정위는 선사들의 공동행위가 해운법상의 절차적 요건을 준수하지 않았으며 화주에 대한 보복, 합의 위반 선사에 대한 페널티 부과 등 내용적으로도 법에서 정한 한계를 이탈했다고 봤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공정위의 해운 제재 방침에 대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와 해수부 모두 나름 입장이 있지만 조정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자 시절에도 담합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해 관련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해수부의 설명으로 해운업의 특수성에 대해 위원들이 인지하고 습득할 계기가 된 것 같다”면서도 “그 자체가 합의 결과에 영향을 어느 정도 미쳤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동남아 노선 제재 직후 공정위는 '공동행위 규제 적용제외 및 인가 제도 관련 연구'를 발주했다. 해외의 적용제외 입법례를 비교하고 항공, 보험, 해운, 축산 등 주요 산업분야 공동행위 사건에서 적용제외 관련 주장을 분석하는 게 목적이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해 타법령에서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는 분야에 대해 관련 부처, 사업자단체, 사업자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조 국장은 “공정위 입장에서는 수출입 화주들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운당국이 선사 공동행위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의 제도 개선을 해수부와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동남아·일본 노선에 과징금…중국노선은 시정명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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