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회사들이 디지털전환(DT)을 활용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디지털금융(핀테크)과 ESG의 결합, 이른바 'ESG 핀테크'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환경(E)의 '그린 핀테크'(Digital Green Finance) 부문이 대표적이다.
ESG 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디지털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디지털 기반의 빅데이터 구축이 ESG 경영의 선결 조건인 데다 특히 환경산업에 중요한 환경오염 측정 및 평가의 경우 시공간 제약이 없는 디지털 없이는 효율성을 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서비스도 전통적인 아날로그 금융방식보다는 디지털 금융방식, 즉 핀테크가 ESG와의 연결성 내지는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높아 가고 있다.
핀테크는 새로운 수익모델에 도전하는 환경 등 ESG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도 유용하다. 디지털 기반이어서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데다 다수의 소액 투자자 집합으로 포용금융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글로벌시장에선 어떤 ESG 핀테크 상품이 출현하고 있을까. 그린 핀테크 가운데에서도 다음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 탄소발자국을 추적해서 친환경 소비를 유도하는 핀테크다. 구체적인 수단으로 카드와 앱 활용이다. 카드 대표 사례로는 스웨덴 핀테크업체 도코노미(Doconomy)가 있다. 2018년부터 'Do Black'이란 카드를 통해 카드 결제 때마다 탄소 배출량을 계산, 이산화탄소 한도가 차면 거래를 차단한다. 카드 소유자는 유엔 환경프로젝트에 기부 또는 참여한다. 프랑스 GreenGot은 나무로 만든 카드로 유명하다. 카드를 사용할 때 ESG 투자안을 추천한다.
앱으로는 프랑스의 그린리(Greenly)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 기반으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할 뿐만 아니라 배출량 절감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 실용적이고 적극적이라 할 수 있다. Tink라는 오픈뱅킹 플랫폼을 통해 유럽 전역의 은행 계좌와 연결돼 있고, 배출량 절감 행동을 하면 보상(Incentive)도 해 주는 방식이다.
둘째 ESG 기업을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서의 P2P 활용이 활발하다. 대표 핀테크업체는 영국 클라이밋 인베스트(Climate Invest)로, 개인의 기후 관련 투자플랫폼이다.
청정에너지, 스마트 모빌리티 등 400개 이상의 친환경 기업이 등록돼 있고 유엔의 파리기후협약과 파트너십이 체결돼 있어서 우량한 투자안을 제공 받는 이점도 있다. 또 ISA계좌와 연동되어 세금 혜택(연간 최대 2만 파운드)도 받는다.
스웨덴 트리네(Trine)는 태양광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P2P 플랫폼업체다. 주로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는 임팩트 투자 성격으로, 부의 재분배와 에너지를 통한 빈곤 퇴치란 점에서 환경(E)뿐만 아니라 사회(S)에도 기여하는 구조다. 연평균수익률 약 8%에 연체율도 1.5%로 낮아서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인기가 좋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형 금융사 탄소 배출량 연계 카드 등이 출시되긴 했지만 ESG 연계 금융서비스는 미미한 편이다. 핀테크업체로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투자자에게 소개, 연결하는 루트에너지가 대표적이다. 지역주민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준공한 후 지역주민 투자자에겐 우대금리를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SG 핀테크 전망은 어떤가. 한마디로 기업의 ESG 경영이 구체화할수록 디지털 활용은 본격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 ESG 핀테크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ESG채권을 P2P 방식으로 발행한다든지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환경 벤처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ESG 리스크를 타깃으로 한 ESG보험상품 등이 예상된다. 또 MZ세대의 ESG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고려, 로보어드바이저로 자투리 돈을 ESG 상품에 운용하는 방안도 기대할 만하다. 앞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다양한 ESG 핀테크의 출현을 통해 우리 경제·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ysjung161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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