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MZ세대와 성수동

[ET톡]MZ세대와 성수동

가전 업계가 성수동으로 몰려들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며 몇 년 전부터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수십년 된 공장과 공방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며 MZ세대 발걸음이 이어졌다. 가전업계도 MZ세대를 공략하겠다며 이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성수동에 터를 잡은 건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식물생활가전 'LG 틔운' 체험 팝업스토어를 시작으로 성수동에만 여섯 번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지난 4월 문을 연 '씽큐 방탈출 카페'는 예약이 순식간에 마감될 정도로 호응을 얻어 운영 기간을 연장하기에 이르렀다. 방문객은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카페에 마련된 팝업스토어에서 '방탈출'에 집중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LG제품을 접했다.

성수동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는 공통점이 있다. 자연스러운 소통이다. 기존의 기업 팝업스토어가 상품 판매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소통과 고객 경험에 중점을 둔다. 작위적인 영업이 아니라 스며드는 방식으로 MZ세대에게 다가간다. 브랜드 로고를 과감히 숨기고 제품을 아예 치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제품'이 아닌 '경험'을 강조,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성수동이라는 공간 특징도 무시할 수 없다. 허름한 외관의 폐공장, 골목마다 숨어 있는 카페에 자리 잡은 팝업스토어는 누구든 언제나 방문하기 쉬운 장소다. 낮은 진입장벽은 더 많은 접점을 만든다. 기업이 과거 애플로 대표되는 가로수길, 청담동 등 명품 거리에서 성수동으로 옮겨온 배경이다. 자연스러운 소통은 성수동이라는 공간과 만나 극대화됐다.

휴롬도 첫 팝업스토어 '카페 부엌'을 성수동에 열었다. 얼핏 보면 휴롬이 운영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원액기를 활용한 주스, 칵테일 등 이색 메뉴를 판매하지만 자세히 살펴야 휴롬을 찾을 수 있다. 브랜드와 제품은 숨기고 '건강'이라는 가치 전달에 무게를 실은 까닭이다. 당장의 매출이나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 접점을 늘린다는 취지다.

MZ세대를 공략하는 가전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 팝업스토어, 체험형 매장 등 각자의 방식으로 소통 전략을 꾸렸다. 중요한 점은 소통 방식이다. MZ세대는 광고나 브랜드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가치 판단에 집중하는 '가치소비' 세대다.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 알 수 있듯이 소통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자연스럽게 다가갈 때 MZ세대가 응답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단순한 소비를 넘어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가치와 경험을 고민해야 한다. 무작정 외치는 소통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공산이 높다. 브랜드 자체보다 메시지 내용과 방식을 고민할 때 MZ세대와 진정 어린 소통을 할 수 있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