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로 복귀를 8일 앞둔 어느 날 우주를 유랑하던 에비뉴 5호 내부 중력이 오작동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승객 5000명이 동시에 왼쪽 벽에 부딪히며 유람선이 기존 항로로부터 0.21도 벗어났다. 1도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차이로 지구 도착 예정일은 8일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 지구와 달리 우주가 마찰력도 중력도 존재하지 않는 무중력 공간이기 때문이다.
웨이브가 독점 공개한 HBO 드라마 '에비뉴5' 속 이야기다. 에비뉴5는 자유로운 우주여행이 가능한 미래를 가정한다. 인공 중력 기술뿐만 아니라 스파·피트니스센터 등 최고급 부대시설이 갖춰진 유람선 안에서 사람들은 8주간 우주여행을 즐긴다.
진공 상태 우주에는 움직임을 제어할만한 외부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 발사 직후 우주선 속력을 계속 유지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속도나 방향 전환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지면 마찰력으로 감속하는 자동차, 공기 저항·흐름을 이용하는 비행기와 달리 우주선은 별도 추진기관으로 속도와 방향을 제어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는 많은 양의 연료가 필요하다.
이때 연료가 아닌 행성 에너지를 훔쳐 궤도를 제어하는 방법이 바로 '스윙바이'다. 행성 인력을 이용한 '스윙바이'는 가속·감속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방향 역시 전환할 수 있는 항법이다. 시속 100km로 달리던 자동차를 향해 시속 50km로 공을 던지면 공은 자동차와 부딪쳐 더 빠른 속도로 튕겨 나온다. 같은 원리로 탐사선을 행성으로 접근시킨 뒤 행성 공전 속력 이상 가속을 받아 빠져나오게 한다.
이 과정에서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행성이 우주선에 에너지를 뺏기게 된다. 외부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어떤 물체가 서로 충돌할 경우 물체 간 에너지는 이동하지만 전체 운동량은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행성 질량은 우주선 질량보다 매우 커 우주선은 행성으로부터 큰 속도 변화를 얻지만 행성 속도는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별의 속도를 이용하는 항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우주선이 행성에 접근하도록 하는 정밀한 계산이 필수다. 불행하게도 '에비뉴 5호'는 토성 위성인 '타이탄' 중력을 이용해 스윙바이를 시도하던 도중 사고로 타이밍을 놓쳐 3년을 기다리게 된 것이다.
위기에 봉착한 그들 앞에 놓인 더 큰 문제는 우주선 총책임자 '라이언'의 정체다. 지구에서 관제소 팀장 '라브'가 정부 지원을 요청했지만 승객 500명을 방출해야 한다는 회신만 받았다. 이 사실이 공개되며 대량 학살 주도자로 낙인찍힌 그녀는 결국 참다못해 직접 왕복선을 타고 에비뉴 5호로 향한다.
책임자의 무능함과 사람들 이기심으로 벌어진 혼돈의 카오스에서 과연 이들은 지구로 무사 복귀할 수 있을까. HBO 블랙코미디 '에비뉴5'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