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에 의한 사망 원인의 90% 이상 차지하는 '암 전이'를 촉진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펩타이드 항암제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남정석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암전이 단백질인 '디스에드헤린'이 세포 신호변환 메커니즘을 통해 암의 악성화 및 전이를 촉진한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디스에드헤린은 암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단백질로 특히 침윤성·전이성이 강한 암일수록 발현 정도가 높은 것으로 검증돼 미국 국립 인간유전체연구소의 질병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에서 암전이 단백질로 분류되고 있다.
![디스에드헤린에 의한 세포신호변환 기전 규명.왼쪽은 환자의 정상조직보다 암조직에서 디스에드헤린의 발현을 높은 것을 관찰할 수 있으며 오른쪽은 디스에드헤린이 피브로넥틴과의 결합하여 포칼 어드히젼 키나아제와 얍과 같은 세포신호변환 기전을 활성화를 함으로써 암의 악성화 및 전이를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2206/1541011_20220613131318_611_0001.jpg)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직 분석을 통해 같은 환자의 정상 조직보다 암 조직에서만 디스에드헤린의 발현이 특이적으로 높다는 것을 검증했다. 이를 기반으로 대장암 마우스 실험을 통해 디스에드헤린 녹아웃 마우스(특정 유전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생쥐)에서 종양 형성 및 침윤 억제를 확인했다.
디스에드헤린이 세포외기질(ECM)의 구조적 구성 성분인 피브로넥틴과 결합해 암세포에 가해지는 물리적 힘을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세포 신호변환 메커니즘과 관련한 단백질이 활성화됨으로써 암 악성화 및 전이를 유도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암 전이 촉진과 관련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디스에드헤린이 피브로넥틴과 결합하는 부분의 아미노산 서열을 밝히고 디스에드헤린-피브로넥틴 결합을 방해하는 펩타이드를 발굴했다. 새로 발굴한 펩타이드가 디스에드헤린-피브로넥틴 결합을 방해함으로써 암세포의 생존을 방해한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암 전이에 대한 새로운 예방 및 치료기술 확립에 실험적 근거를 제시했다. 신규 펩타이드 및 이를 포함하는 항암용 조성물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GIST 전소엘 학생, 김지흔 학생, 남정석 교수, 이충재 학생, 한진욱 학생, 장태영 학생, 윤현지 학생.](https://img.etnews.com/photonews/2206/1541011_20220613131318_611_0002.jpg)
남정석 교수는 “암은 재발과 전이로 인해 치료가 어려운 질병으로, 암으로 인한 사인 대부분은 어떤 장기에서 처음으로 발생하는 원발성이 아닌 전이에 의한 필수 장기의 기능 장해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향후 부작용 적은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남 교수가 주도하고 박소연 박사와 이충재 석·박사통합 과정생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선도연구센터(SRC) 지원사업, 지스트 연구원(GRI) 사업 지원으로 이뤄졌다. 의학 분야 상위 전문 권위지인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온라인에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