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누가 되든 상관이 없는데….”
“도대체 내가 왜 이 투표를 하는 거야.”
최근 치러진 교육감 선거를 놓고 몇몇 유권자들이 한 말이다. 물론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고 자녀도 없는 20~30대 미혼 성인들이다. 우리나라는 교육감을 지난 2007년부터 투표권이 있는 모든 성인이 참여하는 직선제 형태로 선출한다. 올해 6월 1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도 만 18세 이상 성인은 모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 관계자를 제외한 다수는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상당수 유권자는 교육감 후보로 누가 나오는지, 무슨 공약을 냈는지도 모른다. 무관심 속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는 또 하나의 정쟁으로 비춰진다.
교육감 후보자는 너도 나도 파란색이나 빨간색을 온 몸과 홍보물에 색칠하다시피 한 모습으로 유세한다. 당적만 두지 않을 뿐 누가 국민의힘 지지세력이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세력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교육감 후보자들은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유권자들을 향해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외친다. 상대 후보자를 '진보가 문제다' '보수가 문제다' 하면서 서로 비난한다. 상당수의 유권자는 교육감 후보자의 정치 성향이 '진보' '보수'에 따라 투표한다. 유권자들은 교육 공약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 관심조차 없다.
'진보' '보수'라는 '정치' 교육감을 선출하기 위해 직선제를 도입한 건가. 아니다. 직선제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학연·지연·혈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주민이 직접 교육정책을 끌고 갈 인물 선택이 목적이다. 정치적 중립성이 핵심이다. 정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백년을 내다보는 교육정책을 펼칠 교육감을 선출하기 위함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정반대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은 진보에서 보수, 보수에서 진보 성향으로 교육감이 교체되면 하루 아침에 180도 달라진다. 진영이 바뀐 신임 교육감은 기존 교육정책을 모두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간주, 전면 폐지하거나 수정한다.
이번 선거 결과 경기도를 비롯해 몇몇 지역에서 교육감 성향이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여러 교육 정책이 변화될 것으로 예측, 교사·학생·학부모 모두 혼란스럽기만 하다. 혼란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진보와 보수 성향을 구분해서 학생을 교육하는 게 올바른 것인지 묻고 싶다. 상황에 따라 진보적 생각을 할 때가 있고 보수적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상황마다 다르다. 모든 학생이 다 동일한 성향을 띨 수도 없다. 학생은 제각기 각자의 사유와 판단에 따라 생각한다. 그게 다원주의 사회에 필요한 사고다. 진보든 보수든 하나의 성향을 강조하는 교육은 획일화된 교육으로, 학생들을 편향되게 성장시킬 수 있다. 다원화된 사회에 역행하는 교육이다.
그럼에도 왜 교육감 후보가 진보와 보수 진영을 나눠 경쟁하는지. 아마도 교육과 관련없는 수많은 유권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교육과 관련 없는 유권자는 정치적 성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감 후보들은 더욱더 정치적 성향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언론의 경마식 보도도 문제다. 어느 후보가 앞서니 뒤서니 하는 경마식 보도는 후보들에게 세력을 형성하게 요구한다. 정치적 성향을 더욱 내세우는 원인이 된다.
교육감 투표권을 18세 이상의 전체 성인이 아니라 교육 관계자로 한정해야 한다. 교사 등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학부모, 학생에 한해 교육감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 아무 관심이 없는 20~30대 미혼자나 교육과 관련 없는 70~80대 이상 고령자에게 교육감 선거는 또 하나의 정쟁으로 여겨질 뿐이다. 언론도 더 이상 교육감 후보를 진보나 보수로 구분해서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 공약 특징에 초점을 맞추는 등 교육감 후보를 구분해야 한다.
교육 정책은 백년을 내다보고 만들어야 한다. 정치인은 더 이상 정쟁 영역을 교육으로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학생을 정치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교육을 진보니 보수니 하는 정치성 논쟁으로 대하는 이 순간에도 미래 인재가 될 상당수의 많은 학생이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