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화물연대 파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곳곳에서 물류 출하 및 수출 차질과 생산 중단 등으로 1조6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와 화물연대 교섭은 답보 상태여서 산업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지난 7~12일 엿새 동안 1조600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화물연대는 7일 0시부터 총파업에 나섰다. 이 때문에 자동차는 총 5400대, 2571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은 대부분 제품 반출이 제한됐다. 총 45만톤, 6975억원 상당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석유화학은 여수, 대산 등 석유화학 단지 중심으로 제품 반출이 제한됐다. 약 5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예상됐다. 시멘트는 제품 출하가 평상시 대비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총 81만톤, 752억원 상당의 공급 차질이 생겼다. 타이어는 약 64만개, 570억원 상당의 제품 출하가 멈춰섰다.
산업 현장은 아우성이다. 국내 1위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선재 및 냉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선재 라인 1~4공장과 냉연 라인 2공장이 대상이다. 선재 및 냉연 제품은 각각 7500톤, 4500톤 등 약 1만2000톤의 일일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제품 출하가 사실상 전면 중단돼 생산 조절에 들어갔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현재까지 하루 평균 10만톤 규모의 철강제품 출하가 막힌 상황으로 파악했다”면서 “원·부자재 물류 차질, 적치 공간 부족 등으로 제품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은 석유화학업계도 마찬가지다. 하루 평균 출하량은 평상시 7만4000톤 대비 10%에 그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수출 및 정상 판매에 타격을 받았다. 부품 수급 지연으로 생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차 탁송'은 직원들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서 전달하는 '로드 탁송'으로 바뀌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이날(13일)부터 업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일일 점검 체계를 가동한다”면서 “피해 상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사태 종료 시까지 매일 집계해서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에서는 '주류 대란'이 본격화했다. 편의점 5개사는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의 출고를 제한했다. 하이트진로 이천·청주 공장 출고량은 평상시 대비 60%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정부와 화물연대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2일까지 4차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은 도출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요 물류 거점에 경찰력을 배치해 운송 방해 등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운행차량 보호 조치 등과 대체운송수단 투입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긴급 물량은 경찰 보호를 통해 반출하고, 기업별 자체 운송인력 투입과 정부 비상수송대책 등으로 물류피해 최소화에 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 화물연대 파업 피해 현황 (단위: 대, 억원)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