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탄소중립이 유발한 에너지 위기가 경제 위기로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석탄, 원유, 천연가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화석연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지난 5일 현재 석탄은 연초 대비 246%, 원유는 브렌트 기준 68%, 천연가스는 미국 헨리허브 기준 175% 각각 오른 상태다. 원유를 정제해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도 전 세계가 역대급 가격을 경신하고 있다. 가격이 상승하는 속도도 가파르다. '스테그 플레이션'으로 빠져든다는 뉴스는 매일 나오고,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은 조금씩 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여파 정도로 이해해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전혀 대비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러한 위기는 탄소중립이 씨앗을 뿌리고 전쟁이 발화시켰을 뿐인, 이미 내재된 위기임을 인지해야 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 저감과 친환경 일변도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문제의 원인이다. 여전히 공정과 연료용으로 사용되는 화석연료 투자에 대한 좌초자산화를 걱정해야 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주요 정부의 정책을 바라보며 화석연료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이 기업평가의 주요 기준이 돼 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과 자산 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할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석탄·원유·천연가스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친환경 재생에너지 중심 일변도의 투자 규제가 강화되는 상태로는 마음 놓고 화석연료 기반의 자산 투자는 할 수 없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폭등해도 정유사는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정제시설을 늘리는 막대한 투자 결정을 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에너지 전환 추세가 단기적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장기적인 초인플레이션 우려의 근본적인 원인임을 인식하고 이제라도 주요 정부, 규제기관, 대형 투자자들의 정책적인 투자원칙 방향 선회와 속도 조절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석유 위기, 가스 위기, 전기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1970년대 및 1980년대 석유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탄소중립이 야기한 에너지 위기가 이제 경제 위기로 점차 진척하는 상황임을 이제야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해서 경제활동을 영위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은 경제적인 비용을 수반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원자재·소재·부품 등 가격 상승, 철강·시멘트 공정비용과 연료비용 상승, 부동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또 석탄 및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저렴하던 비료 가격 상승을 야기하고, 이는 다시 곡물 가격 인상을 통해 식량 위기로 번지게 된다. 원유 정제시설 미비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운송, 물류 등의 경제활동을 저해하고 석유화학 제품 기반의 전반적인 생필품 인상으로 이어져서 결국 의식주 가운데 오르지 않는 것이 없는 현실을 살아야 한다. 값싼 연료에 익숙하고 저렴한 원료를 공급받아야만 실질적인 경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일반 시민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을 경제적 위협으로 실감하게 되는 화석연료 투자 미비 페널티 타임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통이 단기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암울함을 더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최근 물가관리가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당연히 시민들의 생활물가 안정과 기업들의 생산활동을 증진하기 위한 가격 안정화 정책이 매우 중요한 시점인 것은 맞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의 서민 생활과 밀접한 가격 규제가 한편 이해는 되나, 가격 시그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에 대한 문제점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이제 에너지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시작점에서 현실적인 요금 정책과 수급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hongcho@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