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한다. 정체기에 놓인 TV홈쇼핑 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모바일 기반 디지털 전환 가속을 위해서다. 전략적 직접투자(SI)를 통해 본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펀드 출자 등 간접투자도 병행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
국내 주요 홈쇼핑 4개사(GS·CJ·롯데·현대)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단행한 벤처 투자액은 5421억원에 달한다. 전문 벤처캐피털(VC) 못지않은 규모다. 투자 대상은 패션과 식품, 라이브커머스 등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부터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 등 신사업 분야까지 다양하다.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 투자로 신기술 등을 미리 선점하고, 성장에 따른 투자 수익도 노리겠다는 의도다.
대표 기업은 GS리테일이다. 지난해 GS홈쇼핑을 흡수 합병한 GS리테일은 퀵커머스 사업뿐 아니라 푸드테크, 반려동물 등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특히 홈쇼핑 단독법인 때는 소액을 다수 벤처기업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투자 전략을 펼쳤지만, 합병법인 출범 이후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형 인수건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GS리테일은 오프라인 플랫폼 기반 퀵커머스 사업을 위해 요기요를 3000억원에 인수했고, 도심형 풀필먼트센터(MFC)를 고도화할 수 있는 3D 비전 기술과 인공지능(AI) 로봇 솔루션을 가진 씨메스에도 40억원을 신규 투자했다. MZ세대 고객 유입을 위한 푸드테크 기업 쿠캣에 550억원을, 라이브커머스 최적화 기술을 보유한 요쿠스에도 10억원을 투자했다.
CJ온스타일도 그룹내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주도했던 윤상현 대표 선임 이후 벤처투자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VC 펀드 출자와 스타트업을 포함해 올해에만 350억원 규모의 직간접 투자를 단행한다. 지난해 직구 플랫폼 애트니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직접 투자액만 300억원을 넘는다. 아몬즈와 생활공작소, 머스트잇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혁신기업에 대한 전략 투자로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롯데홈쇼핑 역시 디지털 사업 고도화를 위해 관련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TV홈쇼핑에서 벗어나 미디어커머스로 도약하기 위한 콘텐츠 제작사부터 새롭게 떠오른 메타버스 관련 실감형 영상 제작 스타트업까지 400억원에 달하는 누적 투자를 단행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뷰티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스타트업 디퍼런트밀리언즈에 12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추가 투자처를 물색한다. 올 1분기에는 디밀 상환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지분율을 기존 12.1%에서 39.5%로 늘렸다. 홈앤쇼핑도 오아시스와 퓨처플레이에 잇달아 투자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홈쇼핑사의 스타트업 투자는 '탈(脫) TV' 전략 일환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로 TV 채널에 집중된 수익 구조를 분산하고, 사업 중심을 모바일 기반 디지털로 전환하는데 드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실적 부진도 주된 이유다. 지난해 국내 홈쇼핑사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8% 줄었다. 올 1분기에는 회사마다 최소 10%에서 최대 60%까지 이익이 급감했다. 2분기에도 취급고 정체 속에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 투자가 성공할 경우 부진한 실적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다만 벤처투자의 경우 실적을 내기까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 요소다. 초기 비용을 상쇄할 수준의 투자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GS, 푸드테크 신사업 방점
CJ, 직구 플랫폼에 주력
롯데, 콘텐츠 제작사 눈독
현대, 뷰티 다중채널 투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TV홈쇼핑 대기업 4사 벤처투자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