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콘텐츠 전성시대다. 특히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높은 화제성과 작품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매료시키고 있다. 2000년대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 열풍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인터넷 서비스를 타고 아시아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 주류로 발돋움했다.
넷플릭스를 타고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물론, tvN '사랑의 불시착' '갯마을 차차차'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 드라마도 세계 190여개국 시청자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넷플릭스 비영어 시리즈 톱10에 K-콘텐츠가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설강화' '그리드' '사운드트랙#1' '런닝맨 스핀오프' 등 콘텐츠도 해외에 이름을 알렸다. K-OTT 왓챠는 일본 시장에서 '시맨틱 에러' 등 한국 드라마를 알리고 있다.
영화업계에서는 2001년부터 꾸준히 한국영화 수상작을 배출한 칸 국제영화제뿐 아니라 영화 '기생충' 세계 신드롬부터 '미나리'까지 2020·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영화가 두 번 연속 수상작을 배출했다.
K-콘텐츠 위상 강화에 힘입어 방송콘텐츠 수출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방송콘텐츠 수출액은 2019년 5억3921만달러를 기록한 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도 2020년 6억9279만달러, 2021년 7억10만달러 등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영화는 2019년 3788만달러에서 2020년 5416만달러로 급격히 성장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영화 관객 급감 등 영향으로 개봉작 수가 현저히 줄어 지난해 4303만달러를 기록했다.
◇OTT 타고 세계로 가는 K-드라마
OTT 등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드라마가 널리 알려지고 있다. OTT 이용자 대상 독점 제공되는 오리지널 콘텐츠뿐만 아니라 tvN·ENA·JTBC 등 방송채널에서 방영된 직후 OTT를 통해 세계 시장에 공개되는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국 드라마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글로벌 방송영상콘텐츠 이용자와 접점 강화로 K-드라마 한류가 자연스레 자리잡았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부터 2억 이상 세계 유료 구독 가구가 시청한 콘텐츠 시간 공식 집계를 영화·시리즈와 영어·비영어 등 총 4개 부문으로 나눠 '글로벌 톱10'으로 발표하고 있다. 첫 발표일 비영어 시리즈 1위는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이 차지했다.
'오징어게임'은 지난해 9월 첫 공개된 이후 9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총 19주 동안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이어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가 16주 동안 톱10에 진입하며 K-콘텐츠 인기를 입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지옥' '고요의 바다' 등이 각각 1위에 올랐으며 지난해 9월부터 이달 초까지 KBS '연모',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SBS '그해 우리는' 등 넷플릭스에 공개된 K-드라마 14개 작품이 톱10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에는 매주 4~5개 K-콘텐츠가 비영어 시리즈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넷플릭스 세계 유료 구독 가구 다수가 매주 K-콘텐츠를 시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둘째주 톱10에 오른 '오징어게임' '연모' '갯마을 차차차' '마이네임'은 각각 1·2·3·5위를 기록, 톱5 안에 K-드라마 4개가 포진했다.
올해 3월 첫 주에는 비영어 시리즈 1위를 기록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소년심판'을 포함해 '지금 우리 학교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기상청 사람들' '서른, 아홉' 등 K-드라마 다섯 편이 글로벌 톱10으로 집계, 차트 절반을 차지했다. 영화 '해적2'가 비영어 영화 분야 2위로 한국영화 중 처음으로 넷플릭스 톱10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tvN '사랑의 불시착'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등이 넷플릭스에서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칸·아카데미도 인정한 K-영화
영화에서도 낭보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는 물론이고 단 한 번도 한국영화와 배우가 수상한 적 없는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까지 배출했다.
2019년 세계 영화 시장을 휩쓴 '기생충'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4관왕에 올랐다. 2021년에는 윤여정 배우가 정이삭 감독 영화 '미나리'를 통해 여우조연상을 거머쥐며 2년 연속 오스카상 수상이 이뤄졌다.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2001년 송일곤 감독의 영화 '소풍'이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임권택 감독 '취화선'이 감독상,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 이창동 감독 '밀양'의 전도연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각각 받았다.
올해는 2019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에 이어 3년 만에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 배우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역사를 썼다.
칸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NEW가 투자·배급한 영화 '피에타'가 2012년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경쟁부문 황금사자장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도 NEW 자회사 콘텐츠판다의 투자·배급작 '벌새'가 2019년 제너레이션 14플러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NEW가 투자·배급한 영화 '반도'가 세계 극장가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K-좀비 영화 '부산행' 4년 뒤를 그린 '반도'는 글로벌 대작 품귀 현상을 겪던 지난해 북미와 유럽 등 40여개국에서 개봉하며 글로벌 박스오피스 6000만달러 이상 흥행을 기록했다.
NEW는 할리우드 영화사와 협력, 콘텐츠 투자 등으로 글로벌 흥행 행진을 이어갈 계획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 지난해 할리우드 콘텐츠 투자 회사 라이브러리 픽처스 인터내셔널(LPI)과 3년간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신작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드라마·영화 콘텐츠 인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콘텐츠 기업 차원 투자와 도전뿐만 아니라 정부의 콘텐츠 투자, 지원사업 확대, 기술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K-콘텐츠 위상 확대에도 미디어 신기술과 플랫폼 산업 진흥·네트워크 시장 규모에 밀려 정작 콘텐츠 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부족했다”며 “정부가 산업 진흥 관점에서 국가 문화 콘텐츠의 성장과 수출 상품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