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이르면 2025년 차세대 반도체 거점을 일본에 구축한다. 양국 민간기업 중심으로 2나노미터(㎚)급 첨단 공정 개발·양산을 위한 공동연구에도 들어간다.
최근 '기술동맹'을 체결한 양국이 글로벌 경제·안보 핵심인 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미·일의 거센 공세에 맞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오는 2025년 자국에 민간기업과 연계해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제조 거점을 마련한다고 보도했다. 국가 경제·안보 부문에서 중요성이 높아지는 차세대 반도체를 자국에서 생산,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최근 일본 각의는 미·일 양국의 민·관이 협력해서 2020년대에 반도체 설계·제조 기반을 구축한다고 명시한 '새로운 자본주의'를 통과시켰다. 올여름 미국과 공동연구를 시작해 2025~2027년을 목표로 자국에 연구·양산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양국이 2㎚ 선폭의 미세화 공정에 버금가는 첨단 반도체 개발에 집중한다고 전했다. 양자컴퓨터, 데이터센터, 최신 스마트폰 등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부품을 직접 생산한다. 전투기, 미사일 등 무기 성능을 좌우하는 첨단 반도체가 자국의 안전 보장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일 정부는 곧 공동개발에 참여할 민간기업 선정 작업에 착수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2025년으로 계획된 삼성전자·TSMC의 2㎚ 제품 양산 일정을 단숨에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현재 도쿄일렉트론, 캐논 등 장비사와 2㎚를 포함한 첨단 라인용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2㎚ 시험 제작에 성공한 IBM과 2㎚ R&D를 진행하고 있는 인텔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미·일 공동개발에도 이름을 올릴 공산이 크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를 갖춘 일본과 미세선폭 기술과 첨단 반도체 수요가 무궁무진한 미국이 만나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양국이 2㎚ 공정 기술을 개발한다 해도 실제 양산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양산품을 공급할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양산 여부를 결정할 관건이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일본이 (삼성·TSMC에 밀려)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할 것을 감안, 합작사로 덩치를 키울 수 있다”면서 “향후 미·일 기술동맹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장기적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양산 일정
자료:업계·니혼게이자이신문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