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한국모빌리티학회장·서울여대 명예교수](https://img.etnews.com/photonews/2206/1541803_20220616143145_407_0002.jpg)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불과 9일 만에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두 슈퍼스타 기업인, 현대차의 전기차 공장을 유치하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투자 협력을 재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성과는 미국이 다가오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해 한발 앞서 규제를 줄이며 인센티브를 강화한 결과다.
모빌리티에 대해 아직 합의된 정의가 없지만 한국모빌리티학회는 '사람과 사물의 이동에 관한 모든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대표 모빌리티는 자율주행차, 도심항공, 로봇, 라스트마일 등 육상 운송 분야다. 자율주행 선박, 드론 등도 산업 간 초융합과 초연결의 결과물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는 기존 자동차 생태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격변을 보일 것이다. 현재 자동차 부품 수를 보면 내연기관차 3만개, 전기차 1만8900개, 수소차 2만3800개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가 발전함에 따라 파괴적 혁신으로 사라지는 기업과 뜨는 기업이 교차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전개도 결코 제도의 틀을 벗어날 수는 없다. 더글러스 노스는 국가별 경제 성장의 차이가 제도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혁신적 이론으로 199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제도는 곧 모든 법, 관행과 문화를 포함한 포괄적 게임 규칙을 결정짓기 때문에 규제의 차이가 국가 발전 차이를 결정한다. 경제적으로 발전한 국가는 가난한 국가보다 경제 성장에 유리한 제도를 발전시켜 왔고, 선순환을 일궈 낸 국가들이 계속 선진국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도 제도가 수용해 주지 않으면 상업화할 수 없다. 선두 기업은 승자 독식으로 시장을 지배하기 때문에 이들이 기업과 산업 생태계를 스스로 조성해서 국가의 고용, 성장 등에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슈퍼스타와 스타 기업을 많이 육성하거나 해외에서 많이 유치하기 위해 규제 혁파 전략을 추진하려는 국가 간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특성과 충격을 빠르게 이해하고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서다. 한 예로 영국은 2019년 규제개혁 백서에서 '규제가 혁신을 촉진한다'는 포터 가설을 포기하고 '규제가 혁신을 따라갈 수 없다'는 가설로 대전환했다. 영국은 산업전략부(BEIS)가 컨트롤타워가 돼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 안보와 직결되지 않는 한 모든 규제를 철폐나 유보할 수 있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제도를 전환했다. 그 일환으로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모빌리티 시대 본격 개막 및 국토교통산업의 미래 전략산업화'가 국토교통부에 포함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 과제는 국토부 단독으로 추진할 순 없다. 새로 임명된 금융위원장의 일성이 규제개혁이듯 부처 간 공통과제로 규제개혁을 추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한 예로 자율주행차 관련 법이 10개 이상이고 배송 로봇 관련 법이 8개 이상이지만 이 가운데 국토부 소관이 아닌 법이 더 많다.
디지털 혁명의 기술 핵심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데이터, 네트워크다. 네 가지 요소가 결합하지 않으면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드론 등도 작동할 수 없으며 기업 운영에 필수인 금융도 작용할 수 없다. 모빌리티 기술은 선형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결합에 의해 기하급수적으로 전진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모빌리티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려면 초·중·고등학교 교육 시스템, 대학 학과 정원, 연구지원, 공공 정보,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규제를 최소화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획기적 전환이 있어야 스타 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
20세기 자유시장경제 개척자로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는 사회의 경제문제 해결책을 미지 세계로 나가는 탐험의 항해에 비유했다. 이렇듯 사람과 사물 등 모든 것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그에 필요한 원천 기술과 연관 기술, 상업화를 어떻게 이뤄야 할지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육성에 성공하려면 이러한 복잡한 미래 환경을 이해하는 컨트롤타워가 규제 혁파를 선도해서 슈퍼스타와 스타 기업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 그것이 부국의 길이다.
이종욱 한국모빌리티학회장·서울여대 명예교수 cgrh@sw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