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인간인가. 인간은 빠르게 발전하는 AI를 언제까지 지배할 수 있을까. 2001년 아들을 잃은 엄마가 아들과 모든 것이 닮은 로봇을 입양하며 생기는 일을 그려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에이 아이'가 개봉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이후에도 영화 '허(Her)', 드라마 '휴먼스(Humans)' 등 많은 콘텐츠가 AI와 인간 관계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실제로 AI에 대한 논의는 어디까지 진전됐을까.
왓챠 독점작 '더 브레인:AI의 미래'는 실제 AI가 어디까지 발전됐고, 발전에 있어 문제와 고찰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AI 핵심인 뇌과학과 그 진보를 둘러싼 딜레마를 진지하게 파헤치며 공개 당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솔로 투른 영화제'에서 베스트 다큐멘터리 필름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흥미로운 주제를 예술적으로 풀어냈다' '최신 연구와 윤리적 담론을 접근성 있게 소개한다' 등 평가를 받았다.
다큐멘터리는 신경과학자 알렉상드르 푸제 교수와 AI를 연구하는 아드리앙 부자 간 대화로 시작한다. '인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진화단계에서 다른 종족으로 대체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푸제의 질문에 아드리앙은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지킨다는 개념이 좋다'고 답한다. 인간 뇌 메커니즘을 기계에 완벽히 복제, 인류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견하는 푸제와 그에 따른 결과를 우려하는 아드리앙 모습으로 AI 발전에는 인간의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대뇌 회백질에서 발현되는 '의식' 구조 수수께끼를 탐구하고 뇌 자극신호를 통해 식물인간 환자 생각을 읽으며 먼훗날 인간을 대체할 무기물 생명체로 AI 로봇을 개발하는 등 세계 석학 최신 연구내용을 추적한다. 동시에 이성적인 과학자 이면에 가려진 '인간' 고유 모습을 조명, 과학과 철학·인간성 간 상호관계를 균형감 있게 그린다.
다큐멘터리는 석학의 입을 빌어 AI 위험성을 말한다. 육체·정신적으로 월등한 AI 기계가 인간을 압도할 수 있는지, 뇌 기술을 상용화한 거대기업 등이 인간 의식작용을 통제할 수 있다면, 지능적 기계가 노동을 대체했을 때 인간은 어떻게 되는지 등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제시하며 몰입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마지막에는 선사시대 벽화를 내레이션 없이 전달한다. 원시인류가 최초로 자신들의 생각을 벽화로 표현해 문명사의 시작을 알렸고 수천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AI 담론 앞에서 '문명,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AI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인간은 AI와 함께 공생해야 하는 시대에 '더 브레인'은 우리에게 무엇을 얘기하고 싶을까. '더 브레인:AI의 미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